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뉴스가 반복되고 있다. 그 중 자녀 입시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 청년과 주부들의 반감이 급격히 커졌다고 한다.
후보자의 딸은 부모님 따라 외국생활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영외고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학부형 인턴십’을 통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연구에 참여한 후 SCIE급 논문의 1저자가 되었다. 대입 때는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으며” 라는 문구가 포함된 자기소개서를 통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합격했다.
대학 졸업학년 때 서울대 의전원에 지원했으나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합격하여 1학기만 등록하여 3학점만 수강하고 2학기 동안 800만원의 장학금을 신청 없이 받았다. 이 해 다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하여 합격하였다. 의전원에서는 성적 미달로 2회 유급되었지만 성적, 가정형편 등의 기준이 없는 개인장학금을 6회에 걸쳐 1200만원 지급받았다.
현재까지 후보자가 불법에 직접 관여된 것은 없었다. 1저자 논문의 경우도 만약에 이미 익명화되어 환자정보가 정리된 데이터와 시료로 실험을 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고등학생이 새로운 가설을 세워서 논문의 틀을 잡았다면, 그리고 그 연구 범위까지 미리 생명연구윤리위원회 심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문제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지고 밝혀진 내용으로도 책임저자가 1저자의 이득을 위해 신경을 쓴 정황이 나왔다.
외고 1학년 때 2주간 참여한 실험으로 3학년 때 SCIE급 의학논문의 1저자가 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스펙이다. 국제기구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도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갖기 힘든 기회다. 낮은 성적으로 가정형편과 관련 없는 장학금을 받는 것도 흔하지 않은 기회다. 학력과 경제력만으로도 다른 가정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학생에게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 기회가 여러 차례 주어졌다. 의전원에 재수할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누군가의 기회를 뺏을 수도 있지만 불법적인 요소는 없기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공감한다. 급소를 맞고 뒹구는 운동선수를 보고 크게 고통을 공감하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생리통에는 무감각할 수 있다. 유명인을 아버지로 둔 사람들은 후보자의 딸이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느꼈기에 공감의 글을 올렸을 것이다. 다수의 평범한 청년과 학부모는 입시와 취업에서 불공정이 반복되는 사회에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특히나 일부 계층의 특혜를 지적하고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던 후보자이다. 그의 자녀 교육에서 ‘공정하지 않은 기회’가 드러날 때마다 제한된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의 박탈감은 커진다.
인간의 마음에는 귀인오류라는 것이 있다. 내가 늦는 경우는 급한 일이나 기상 악화 같은 주변상황 탓이고, 남이 늦는 것은 성실함 같은 그 사람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정치권 유래의 표현이나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문학평론가의 문장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제한된 정보로 빠른 판단을 내려야 생존에 유리해서 타인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판단한다고 설명하곤 한다.
정치적으로 누구 편인가에 따라 중요도가 떨어지는 의학논문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폄하하기도 하고 엄청난 큰 악행이 밝혀진 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과거처럼 필기시험 하나로 줄 세우기를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미래에는 다양한 능력이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정한 과정은 필수다. 우리는 정유라 사태를 겪어냈다. 최근에는 교수인 엄마가 지도하는 대학원생의 연구 결과로 서울대 치전원에 합격한 학생의 입학이 취소되었다. 우리 사회의 법 적용은 조금씩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법이 아닌 도덕의 영역에서도 더 발전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헬스케어센터장
<본 칼럼은 2019년 9월 5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입시 의혹에 대한 청년과 학부모의 박탈감’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