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성현들의 격언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와 닿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네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라는 공자의 말과 “너 자신의 무지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도 최근에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아마도 공부를 할 때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나 자신의 지식, 사고, 행동,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함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자들의 가르침은 인지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메타인지’와도 연결이 될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이 개념을 처음 학문적으로 설명했고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이 메타인지라라는 용어를 만들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 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주고 AI가 넘보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메타인지는 최근에 교육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강조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관련된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야 질문이 생기고 이러한 질문이 생겨야 학습이 시작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정확히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아야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학습 과정에도 필요한 메타인지는 비판적 사고력과 함께 교육과 학습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좁은 의미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지식을 체득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넓은 의미의 다양한 학습에도 메타인지 능력은 꼭 필요하다. 더 나아가 메타인지 개념을 확장해 보면 자신의 지식에 대한 인지를 넘어서 마음과 행동을 포함한 자신의 여러 모습들에 대한 이해까지 포함한다. “내가 지금 왜 기분이 나빠졌지”, “무엇에 대해 화가 난 걸까”,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등이 메타인지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하다 보면 나의 본심과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메타인지 능력은 개인의 학습을 넘어서 심리와 행동,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들이 한달 내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언론이 이렇게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한달 넘게 집중 보도하는 경우도 이례적이지만 어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도 특이한 경우이다. 도대체 이 이슈가 왜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아마도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법개혁 문제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시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이 분노하는 불공정 문제를 건드리면서 계급 문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사태가 소모적인 논쟁이나 일시적 혼란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 각자 분노의 표출과 비난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나의 분노와 실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 사안의 어떤 부분에 대해 무슨 근거로 비판하고 있는지, 나의 말과 행동이 개인이나 조직 또는 진영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각자 진정성을 가지고 반추해볼 때 지금의 사태가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국민 개개인의 메타인지 능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소크라테스, 공자, 아인슈타인의 지혜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정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9월 25일 울산매일신문 19면 ‘[매일시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