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과 달리 올해 한반도는 벌써 7개의 태풍 영향을 받았고, 19호 태풍 하기비스까지 영향을 준다면 최고 기록인 8개가 된다. 특히 10월2~3일 양일간 남부지역을 휩쓸고 간 태풍 미탁은 강한 호우 피해를 야기해 10명의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울산의 경우도 산악지형의 영향으로 매곡 등에서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에도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은 2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경험했다. 특히 가을 태풍 차바는 시간당 130mm 달하는 집중호우를 동반해 태화강이 범람하는 홍수로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한반도 주변의 기후조건의 변화로 가을철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을철 태풍은 상층의 찬 공기와 태풍이 동반한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져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대응일 것이다. 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주체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태풍 발생 시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적극 대응해야한다.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경우 다양한 매체에서 태풍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태풍의 예상 경로, 강도뿐만 아니라 강수량까지 제공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예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들이 기상예보는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기상 예측정보에 신뢰도가 높고 이를 믿고 따른다. 우리나라의 예보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지 않기에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믿고 활용해야 혹시 모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태풍이 와도 내겐 영향이 없을 거라는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피해자가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태풍 차바에 의한 집중호우가 전날 예보되었지만 많은 시민들은 방심하고 태화강 주변에 차량을 주차해 피해가 컸던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미국의 허리케인 매슈의 경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대피명령을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개인의 재산과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태풍은 종류에 따라 야기하는 피해 특성이 다를 수 있다. 태풍의 피해는 크게 홍수, 강풍, 폭풍해일 세 가지로 나눠진다. 올해 서해안을 강타한 링링의 경우 호우보다는 강풍 피해가, 남부지역을 통과한 미탁의 경우는 호우피해가 컸다. 2003년의 매미의 경우에는 강풍뿐만 아니라 폭풍해일의 피해도 컸다. 태풍 종류에 따라 평소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예상되는 피해에 맞춰 대응해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동현 울산시민안전포럼 부대표·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10월 11일 경상일보 18면 ‘[행복한 안전칼럼]태풍 피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