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영의 마음건강(3)]코로나 장기화를 대비하는 마음

지난 한 달 동안 모든 뉴스는 코로나19로 집중되었습니다. 5년 전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당시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정보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언론은 무분별한 소문을 확산시켰습니다. 미흡한 의료체계로 인해 많은 의료진이 감염되었고, 일부 시민들은 의료인을 감염원으로 여기고 그들의 자녀를 배척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인 지금 우리는 새로운 감염병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5년 전의 교훈으로 여러 체계가 개선되었지만 초기의 계획대로 완벽히 준비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회사들이 더 빨리 진단키트를 승인받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고, 병원내로 감염이 전파되지 않고 빠르게 의심환자를 검사할 수 있게 병원과 협력하여 선별진료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사생활 노출의 위험보다 추가 감염 방지에 우선하여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민간 개발자는 모바일앱을 통해 이를 보기 좋게 만들어줍니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전국의 상황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공개하여 정보 부족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국민들은 불필요한 병문안 자제를 포함하여 손 씻기 등의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합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아픈 사람과 의료진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급격히 상승하던 확진자 증가 곡선을 평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동 금지와 같은 봉쇄명령 없이 해냈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롤모델로 칭찬도 받습니다. 며칠 사이 우리나라보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확진자가 더 많아졌고, 프랑스와 미국도 금방 우리를 넘어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 세계의 귀감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는 것일까요?

안타깝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르스, 사스의 경우 감염자가 나온 국가는 30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의 경우 현재까지만 160개가 넘는 나라에서 확인이 되었습니다. 메르스, 사스의 경우 감염자가 2천명, 8천명인데 코로나19는 현재만 20만명이 넘습니다. 메르스, 사스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이로 인해 전염력이 높습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자신도 모르게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백신의 개발에는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번 감염이 되었던 사람이 면역력이 생겨서 집단의 면역으로 방어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한 번 태풍이 쓸고 지나가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국내 감염이 줄더라도 외국으로부터 유입으로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무증상 감염의 특성으로 인해 어느 나라로부터도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자 세계 경제는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증시는 무너집니다. 국경이 봉쇄되고 공급망이 망가집니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일상용품을 사재기 합니다. 국내 경기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염병의 공포에 경기침체의 무거운 시름이 얹어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하면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다른 특별한 묘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특별한 것’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C보건대학교 총장, S의대 동문 단톡방 등의 출처를 단 가짜뉴스들이 퍼집니다. 심지어 집단감염이 발생한 수도권 교회에서는 감염을 막는다며 동일한 분무기로 신도들의 입에 식염수를 뿌렸습니다. 오히려 감염을 일으키는 행동입니다. 환자의 비말이 직접 혹은 손을 통해 나의 눈, 코, 입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손을 씻고, 환자가 있을 만한 곳에 가지 않거나, 사람이 밀집된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죠.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합니다. 생활의 변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원래 해왔던 행동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어울려 예배를 보는 것도 그 중에 하나일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튼튼해서 괜찮다며 클럽으로 발길을 끊지 못합니다. 유럽인들은 볼키스를 멈추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식당, 술집, 카페를 갈 수 없게 된 것을 슬퍼하며 술 파티를 벌입니다.

건강한 내가 큰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약한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험한 행동을 줄어들게 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발감과 집단의 스트레스를 키울 수 있습니다. 비난보다는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전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연대감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 칼럼은 2020년 3월 20일 경상일보 19면 ‘[정두영의 마음건강(3)] 코로나 장기화를 대비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