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인구는 주민등록인구수 기준으로 2015년 11월 117만4051명을 기록하여 정점을 찍었고,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20년 3월 기준 114만4563명으로 정점 대비 3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울산이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도시 기능을 바탕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 1인당 지역총소득에서는 여전히 전국 광역시도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지표인 1인당 개인소득은 2017년 이미 서울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문제는 생산, 소득 등 경제 전반적 지표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에 있는 전국 평균과 달리, 울산은 최근 몇 년간 정체 혹은 쇠퇴를 반복하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으며,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위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까지 고려하면 울산의 미래 전망은 한층 더 어둡다. 코로나로 ‘뉴 노멀’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예전 울산의 호황은 다시 없고 인구와 경제가 쇠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뉴노멀의 시대가 울산에서는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울산시, 지역 기업과 대학, 유관기관들이 협력하여 수소경제,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원전해체산업, 부유식 해상풍력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울산시라는 행정구역 안에서 어떻게든 변화와 도약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 산업도시들의 인구와 산업 쇠퇴는 산업구조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국토 불균형과 연계된 국가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지역 청년들과 인재들이 대학 진학 목적으로 또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갈 수밖에 없고, 기업들도 본사가 수도권에 있어야만 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기에 울산의 위기도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유일하게 수도권과 상생하고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이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지역이다. 사실 현재 부·울·경 지역 전체의 상황도 울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805만여명으로 정점이었던 인구는 현재 790만명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지역의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한 부·울·경이 각자도생하며 경쟁하지 않고, 하나의 지역경제 공동체로서 인식을 공유하고 상생협력의 지역개발을 함께 준비하고 추진한다면 당면한 지역쇠퇴 위기 극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울산~양산을 잇는 광역철도사업을 시작으로, 부·울·경 거점 도시 간의 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지역 내 유기적인 교통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부·울·경 공동 사업을 발굴하여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등 지역발전 로드맵을 마련하여 추진할 수 있다.
물론 민선 시대 관할 행정구역을 넘어 지방정부들이 상호협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협력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지역쇠퇴의 징후는 어느 때보다 뚜렷한데 신성장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도시성장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에 보다 큰 도시에서 집적의 이익이 크게 나타난다. 인구 800만의 부·울·경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인구 114만의 울산보다 더 많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지역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부산에 종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지역 차원의 상생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오히려 종속되어 빼앗길 것도 없어지는 현실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마침 지역과 국가를 위해서 봉사할 국회의원도 새로 선출이 되었으니, 초당적인 상생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4월 17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 뉴노멀 시대 지역 상생협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