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에 의하면 코로나19 치료제는 임상실험을 거쳐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기에 올해 안에 개발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하루 빨리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현재로선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는 미국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상당수의 인구가 면역력을 가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2년까지 이루어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코로나19의 재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재시행이 지속적으로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는 지금까지 일상에서 보편화 되지 않은 행동들이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까지 하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행동을 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있어야 한다. 높은 동기부여는 △올바른 방향으로(direction) △강력하고(intensity) △지속적(persistent)인 행동을 유발한다. 또한, 이러한 행동들을 격려하는 사회적 공감대도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연구가 하나 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손 씻기에 관련 연구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곳이지만 의외로 병원이 질병 간염의 통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와 접촉하기 전 세정제로 깨끗하게 손을 씻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병원에 손 세정제를 배치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손 씻기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장소의 세정제 옆에 세개의 다른 문구를 표시했다. 첫번째는 ‘개인 이익’을 위한 문구이다. “세정제를 사용해 손을 닦으면 당신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두 번째는 ‘환자 보호’를 위한 문구 이다. “세정제를 사용해 손을 닦으면 환자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손 씻기 문구를 적었다. “세정제가 있으니 손을 닦으세요.” 실험 시작 전 세정제를 가득 채우고 2주동안 관찰한 결과 세정제는 약 37%정도 사용되었다. 이번엔 세개의 문구를 잘 보이도록 적어 놓고, 세정제를 가득 채운 후 2주 동안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의사와 간호사는 실험의 내용에 대해 모르는 상태다. 2주 뒤에 세정제의 사용량을 측정하였더니 ‘환자 보호’ 문구가 적힌 세정제의 사용량만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측정결과 세정제는 54% 사용되었다. 간단한 문구의 변화만으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손 씻기 행동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 작은 문구는 바로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였다.
비슷한 실험이 하나 더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기부금 모집 일을 하기 위해 채용된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이들의 일은 졸업생이나 사회 각 계층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부금을 요청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두가지 조건으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즉, 기부금 모집 일을 했던 경험이 회사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편지를 읽게 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즉, 기부금을 통해 장학금을 받게 된 졸업생의 감사 편지를 읽게 했다. 실험 결과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편지를 읽었던 그룹이 더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보였다.
올해 초부터 한국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킨 코로나 19는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지적했듯,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는 어쩌면 2022년까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행동양식이 될 수도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확률이 높으니 자신은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뉴스에서 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가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방향으로 강력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동기는 ‘타인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타인을 배려하고 지역사회를 배려하는 이타주의가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으며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 5월은 따뜻한 날씨와 많은 가족 행사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조금 더 힘을 내보자.
홍운기 UNIST 경영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4월 29일 울산매일신문 19면 ‘[매일시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기부여’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