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2월, 울산시는 UNIST에서 수소도시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 110개 수소 전문기업, 연구기관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세계 최고의 수소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10대 사업 추진방향이 발표됐다. 이날 비전선포식의 무대가 된 UNIST는 수소생산을 위한 혁신 신기술을 소개하고, 시연하며 미래 친환경 에너지를 향한 울산시의 항해가 시작되는 기항지로서 의미를 더했다.
이렇게 출발한 수소도시 울산을 향한 여정이 최근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순풍을 맞이했다. 울산 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최대 에너지 중심도시’를 비전으로 수소산업 거점지구, 일렉드로겐오토밸리 지구, R&D 비즈니즈밸리 등 3개 지구를 조성한다. 각종 규제완화, 조세 · 부담금 감면, 산업입지 제공 등을 통해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조성은 세계 최고 수소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울산의 비전을 실현할 든든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이중 주목해야 할 것은 UNIST와 KTX역세권 일원에 마련될 R&D 비즈니스 밸리다. 이 지구에는 UNIST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의 활성화와 함께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위한 비즈니스 지원 사업이 육성이 진행될 계획이다.
이는 UNIST에서 개발된 혁신적 기술들이 더 빠르게 사업화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들은 수소 산업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분야 혁신은 물론 울산 내 기존 제조 산업의 혁신과 신산업 육성까지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데서 고무적이다.
UNIST는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적 수소 생산과 저장, 활용을 위한 기초 원천기술의 개발은 물론 이의 실질적 사업화 및 산업 환경 적용을 위한 역량도 충분하다. 수소 대량생산을 위한 촉매 기술, 수소 연료전지 및 이산화탄소 저감 등 그 범위도 넓다. 특히 지난 2019년 8월 개소한 수소융합기술연구소는 UNIST의 수소 관련 연구 역량을 결집해 수소에너지 기술개발부터 실증, 보급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 연구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뿐 아니라 UNIST에서는 태양전지, 이차전지, 해수전지 등 친환경 미래 에너지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들 연구는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저탄소 그린 에너지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미 UNIST 교원들은 이러한 미래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에 나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전해 방식의 수소 촉매를 개발하고 있는 백종범 교수의 ㈜루시투엔, 해수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양 맞춤형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포투원 등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 밸리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이러한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질 수 있다.
미래 에너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생기업들이 성장하게 된다면, 관련 연구개발 인력은 물론 제품생산을 위한 인력과 관련 사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인력 고용 등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산업의 성장은 도시 전체를 친환경 그린에너지 선도도시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주력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에게 이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이를 발판삼아 과거 전통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 그린에너지를 선도할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면 울산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이번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성과가 그린에너지 선도 도시로 향하는 울산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길 바란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본 칼럼은 2020년 6월 5일 울산매일신문 14면 ‘[특별기고] 울산 경제자유구역, 그린에너지 선도도시 도약 발판으로!’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