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다. 여기엔 구글, 아마존, IBM,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기업의 연구소가 위치해있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토론토에 AI 연구기반을 구축했다.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AI 관련 스타트업의 창업도 활발하다. 토론토에만 AI 스타트업이 150개 이상이 위치해있다. 이들이 창출하는 연구 성과와 산업혁신은 앞으로 세계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다.
토론토가 이처럼 AI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캐나다 정부의 선제적 지원 덕분이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1980년대부터 AI 연구에 과감히 투자했고, 그 결과 조프리 힌튼 교수 등 AI 연구의 대가들이 배출됐다. 우수한 연구 인력이 공급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이 탄력을 받으면서 토론토는 점차 AI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조성된 AI 생태계는 토론토를 전 세계의 인재와 기업을 끌어모으는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시켰다.
전통 산업도시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마트 산업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울산에게 토론토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산업혁신을 이끌 AI 기술을 선점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를 선도하는 도시로 향하는 열쇠라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은 AI 연구에 있어 후발주자다. 하지만 AI를 중심으로 한 제조혁신의 잠재력이 그 어느 곳보다 큰 도시이기도 하다. 울산에는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산업이 밀집해있고, 이에 연계된 부품, 소재 관련 산업체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산업 인공지능이 결합된 제조 혁신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산업 인공지능’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한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기에, 산업 AI 경쟁력은 제조업 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주목받는다. 미래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AI 연구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UNIST는 지난 4월 AI 대학원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울산의 변화를 위한 시작점에 섰다. 9월 개원과 함께 신입생들이 입학하게 되면 AI 경쟁력을 확보할 전문 인력 양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교육과 연구를 전담할 우수한 인력 확보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실제 울산 지역의 AI 기반 산업혁신을 이끌 ‘AI 혁신 파크’ 조성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남구 두왕동에 위치한 산학융합캠퍼스를 중심으로, 실제 지역 내 산업현장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뤄지는 협력은 산업체들의 실질적 애로사항을 가까이서 듣고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개발로 이어져, 기업체와 연구자 모두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 혁신파크에서는 AI 응용기술 육성을 통해 4개 중점분야에 대한 혁신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모빌리티, 차세대 반도체, 스마트 헬스케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분야는 울산의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제조 기업들은 AI를 접목해 공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비용 절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으로 구성된 울산의 자동차 산업을 미래차 산업 변화에 발맞춰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수 있다. 또한 울산의 정밀화학공업의 고도화를 돕는다면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소재산업으로의 변화도 꿈꿀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울산에 자리할 산재 공공병원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I와 결합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날 빛나는 산업도시로 자리매김했던 울산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느냐, 새로운 도약을 통해 미래를 선도할 스마트 산업도시로 향하느냐의 선택이다. 미래를 바꿀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결단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은 2020년 6월 22일 울산신문 12면 ‘스마트 산업도시 전환의 열쇠, 인공지능(AI)’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