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이 주는 롤모델 도시(Role Model City) 인증을 받았다. 롤모델 도시란 일종의 모범도시라는 뜻으로 재난관리 분야에서 다른 도시의 모범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두 번째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4,326개의 도시 중에서 51번째이니 대단한 일이다. UNDRR은 기후변화, 코로나 등 다양한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재난관리 방향을 권고하는 유엔의 기관이다.
UNDRR은 울산을 특히 환경안전(Environmental Safety) 분야의 모범도시로 선정했는데, 이는 그간의 울산의 발전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조그만 어촌도시였던 울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 생산의 전진기지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피해가 발생했고, 울산은 한 때 환경오염의 대표도시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환경정화와 안전관리 노력으로 울산의 환경은 한층 나아졌다. 산업화로 심각하게 오염됐던 태화강은 공단 오폐수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이제는 국가정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유엔이 보기에는 매우 흥미롭고 놀라운 모범사례일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는 2014년에 UN MCR 캠페인에 가입한 이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시의 재난관리 역량을 높여 왔다.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이후, 태화강 등 주요 하천 11곳에 강우량과 수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해 단계별 예보와 경보를 발령하는 홍수재해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2017년 경주, 포항 지진 이후에는 전국 최초로 시차원의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화학사고와 환경 피해 우려가 높은 국가산단 안전관리를 위해 울산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울산시 관내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대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울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의 안전을 위한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유엔은 아마도 이러한 울산의 성과와 노력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모범도시 선정이 곧 울산은 안전한 도시라는 뜻은 아니다. 울산은 여전히 위험한 도시이다. 노후화된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울산 주변에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원자력발전소 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포항과 경주에서 확인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지진의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차바와 같은 태풍은 언제든지 다시 울산을 위협할 수 있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하더라도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전염병이 도시 전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결국 울산은 가장 안전한 도시라기보다는 안전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도시일 수 있다.
유엔의 롤모델 도시 인증은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위험한 환경을 극복하고 안전한 도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유엔이, 그리고 주변의 도시들이 울산에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었던 울산의 성과가 앞으로 울산이 만들어갈 보다 더 안전한 도시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안전한 울산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응원한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6월 29일 울산매일신문 14면 ‘[매일시론] 안전한 도시?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도시!’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