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너도나도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였다. 급기야 정부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부동산 불패 신화가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 더욱 위세를 부리는 것 같다.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아파트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 대출 규제,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인상, 양도소득세율 강화(1년 미만 거래 최고 80%) 등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책 시행을 예고하였다. 여기에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최대 5%로 인상률 제한), 계약갱신청구권제(현행 2년에서 4년 이상 임대차 기간 보장)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3법의 국회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울산은 부동산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울산의 아파트 시장에서도 작년부터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1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곳이 생겼다. 울산 최고가 아파트단지 단지 중 하나인 문수로2차아이파크 1·2단지의 경우 분양면적 110㎡형(33평형)은 작년 7월 대비 가격이 2억원 이상 상승하여 평당 2500만원 이상 시세(KB부동산, 상위평균가 기준)를 보이고 있다. 아직 몇몇 단지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울산 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적용될 예정인 취득세율(2주택 8%, 3주택 이상 12%) 인상과 양도소득세율 인상, 임대차 3법은 울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금번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잡히고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와 타당성에 대하여 여전히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정책의 합리성과 파급효과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갭투자,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부동산 대책은 사회적 갈등만 더욱 조장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수도권 20~30대들이 이번에 집을 사지 못하면 영원히 무주택자로 남을 것이라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를 하고 있고,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여 한몫 잡고 싶은 욕망을 가진 현 상황에서 내로남불 특정 그룹을 비난하고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결국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인 시민들의 부동산을 대하는 시각이 바뀌어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나누기가 애매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정책 설계가 아니라 철저한 부동산 불로소득 과세, 공정한 보유세 과세라는 원칙 하에 건전한 부동산 투자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치는 5가지 주요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1) 기반시설과 사회 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투자, (2) 토지이용 규제의 변화, (3) 인구성장과 경제 개발, (4) 개인의 투자, (5) 토지 고유의 생산성. 개인이 부동산을 잘 관리·운영하여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정부의 투자(예: 도로, 지하철 건설)나 규제 변화(예: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불로소득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과세·부담금 제도가 필수적이다.
부동산은 사유재산이지만 그 특수성 때문에 공공재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보유세 또한 토지공개념의 원칙 아래 소유 주택수 및 가격에 무관하게 모든 부동산에 대하여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가주택 거주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경감은 별도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와 같이 부동산 정책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결 프레임으로 설계·시행하기 보다는 더디더라도 토지공개념 원칙 아래 증세를 포함하는 합리성 있는 제도를 공론화하고 시민 공감대 형성 및 인식 전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7월 14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 부동산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