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 6일 울산광역시에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공식 발표하였다.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핵심인 게놈서비스 산업을 울산에 뿌리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를 풀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의 게놈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는 무엇보다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게놈기반 신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중에서도 각종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게놈 기반의 정밀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많이 쓰이고 있는 정밀의료라는 용어는 개인의 생활습관 정보와 임상정보, 게놈 정보 등 다양한 환경 및 유전 특성을 고려해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예방과 치료를 의미한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진단과 치료이기에 보다 효율적인 질병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수준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의학은 다양한 질병 연구와 치료에 응용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암 연구와 치료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암 유전체 연구들이 진행되어 암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유전변이들을 발굴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암의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해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암을 포함한 특정 질병들을 하나의 표현형으로 정의한다면, 그 표현형은 환자의 유전형으로부터 발생된다. 따라서 암의 게놈 정보를 이해하는 것은 곧 암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형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이 염원하던 일이었다. 1970년대에 플라스미드 재조합 기술이 발명됐을 때, 인류는 모든 생명체의 표현형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고, 1990년대에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대부분의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꿈을 꾸었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유전체 교정이라는 기술로 귀결된다. 살아있는 세포의 게놈 정보를 인류가 원하는 대로 수정하고 고쳐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발생 과정의 찰나에 결정되는 생명체의 게놈 정보를 인류가 입맛대로 고쳐 쓸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 발전이라기보다는 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결코 하나의 기술 분야 성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전자 교정에 사용되는 유전자 가위 기술 발전에 1등 공신은 대장균과 박테리오파지의 게놈을 분석한 차세대염기해독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분자생물학을 바탕으로 화학, 전자기학, 광학, 컴퓨터공학, 미세소자 집적기술 등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들의 융합으로 발전했다. 이렇듯 기술은 함께 발전하면서 서로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고, 필요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정밀의료의 경우 다양한 학문에서 고도로 발전된 기술들이 요구된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기업이 모여 성장하고 새로운 혁신을 이루기 위한 무대가 울산에 마련되는 것이다.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가 정밀의료 기술 개발의 용광로가 되기를 기원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미 살아있는 세포의 게놈정보를 원하는 대로 쓰고 바꾸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정밀의료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은 명료하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게놈 정보를 분석하여 게놈상의 염기, 유전자 등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과 이 정보를 질병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정밀의료는 개인의 게놈 정보를 해독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세민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산업기술센터장
<본 칼럼은 2020년 7월 15일 경상일보 14면 ‘[기고] 게놈정보를 이용한 정밀의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