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총액이 세계 1위 자동차기업 도요타를 넘었다. 40만대 남짓 생산한 테슬라의 가치가 900만대짜리 토요타보다 높단다. 테슬라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자동차기업이 되어버린 이 사건을 두고 온 세상이 난리다. 주식 과대평가라거나, CEO 엘런머스크와 타사업 부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거나, 미국 기업 어드밴티지라는 의견도 있다. 경쟁사 동등 수준 자율주행 성능을 더 발전된 것처럼 과대포장한다, 독자 기술 없는 아웃소싱에 불과하다, 조립품질 불량이 심각해 흥행이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논란, 어떻게 볼까? ‘TRY’라는 통찰력으로 풀어본다. 시간을 소환해 120년 전인 1900년 뉴욕으로, 1886년 칼벤츠 ‘말없는 마차’를 발명한 후 세계 곳곳에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등장한 때다. 당시 자동차는 애물단지 발명품 수준이었다. 마차가 다니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느리고, 잦은 고장으로 걸핏하면 멈춰섰다. 자동차에 말이 놀라 날뛰고, 자동차 운전미숙과 고장으로 사고가 빈번하자, 마차 회사와 마무(마차운전사)들은 시민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자동차 운행금지 촉구 시위를 벌였다. 실제 몇 도시는 한동안 자동차 운행을 금지했다. 그랬던 자동차가 마차를 밀어내고 세계를 장악하는 데는 놀랍게도 채 15년이 걸리지 않았다. 1910년대 미국 대도시 사진을 보면 자동차만 가득할 뿐 마차는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말 한 마리에게는 하루 수십 kg 풀과 사료, 수십 ℓ 물이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인간 대비 엄청난 양의 똥오줌도 배출한다. 초기 자동차는 품질과 성능에 문제가 있었지만, 약간의 휘발유만 넣어주면 만사 편리한 신문물이다. 수많은 마차로 허덕이던 도시의 입장에서 자동차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해결책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세상 최고의 친환경 운송수단이었다니. 참 웃픈(?) 아이러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 자동차가 막 보급되던 시절, 세상에는 수천수만 대를 제작, 공급하던 마차제조사들이 있었다. 수백년 노하우에, 분업에 의한 공장제 생산방식으로 대규모 제조된 마차는 오늘날 자동차처럼 종류도 다양하고 품질 수준도 높았다. 반면 형태구조가 흡사해 말없는 마차라 불렸던 초기 자동차는 품질이 형편없었다. 당시 세상은 마차 제조사가 군소 자동차사를 흡수하며 주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했다. 차체와 바퀴, 서스펜션 등 품질에서 신생 자동기업들은 마차 제작사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중 과거 마차 제조사는 단 한 곳도 없다. 토요타는 방직기, BMW는 항공기엔진 제조사였고, GM조차 금융가가 만든 기업이다. 현대가 과거에 마차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 모두 자도아의 가능성을 믿고 도전했던 것. 자동차를 그저 마차의 한 종류로 생각했던 마차제조사들은 모두 사려졌다. 차체, 바퀴, 서스펜션이나 조립품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뜻. 당시 모든 면에서 불완전했지만 엔진이라는 미려동력에 도전했던 통찰력이 명운을 가르게 된 것이다.
이쯤이면 등골서늘한 데자뷰 아닌가? 테슬라의 가치는 생산량, 조립품질, 자율주행기술 같은 게 아니다. ‘사람이 타는 AI 기기’나 ‘컴퓨터’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 미래 모빌리티를 그저 운전이 저절로 되는 자동차로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당장 눈을 바꾸라. 애플이 처음 휴대폰 개발에 났섰던 십수년전, 기존 휴대폰 1위 기업 임원이 했던 말 “우리는 컴퓨터 강자 애플이 휴대폰 시장에서는 고전할 것이라 본다. 왜나면 휴대폰은 컴퓨터와 다르니까.” 결과는? 아이폰은 휴대폰을 너머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그 임원 말이 맞다. 애플은 휴대폰이 아니라 전화 기능이 달린 휴대용 컴퓨터를 만든 거다. 미래에 대한 도전은 새로운 눈으로만 가능하다. TRY, 도전이라는 통찰력의 의미.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7월 21일 경상일보 015면 ‘[정연우칼럼]TRY: 도전-새로운 눈이 필요한 통찰력’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