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중심지 울산광역시가 원자력에너지 전주기의 한 축인 원전해체 분야를 미래 성장의 동력원으로 견인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선정된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 융복합 단지’의 울산(부산 공동) 지정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처음인 원자력발전소 해체를 산업적으로 태동하고 활성화 할 체계적인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된 170여기의 원전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한 가운데, 세계 원전해체 시장의 규모는 4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25기의 원전 중 절반 가까운 12기가 2030년까지 설계 수명에 이르게 됨을 고려하면 향후 10년 이내에 10조원 규모의 해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체, 대학 및 연구소 간의 해체 기술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와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한 경험적인 기술 축적은 국내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되고 세계 원전해체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 도시인 울산이 원전해체를 바탕으로 한 원자력 전주기 기술을 산업적으로 완성하고 기술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제염, 절단/해체, 방사성폐기물처리 및 환경 복원 등의 단계를 가지는 원전해체에는 원자력을 비롯한 전기전자, 기계, 화공, 환경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의 융복합이 요구된다.
따라서, 집적화된 해체 유관 산업 단지에서 기술 상용화와 현장 적용을 통하여 원전해체산업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염, 절단/해체, 방사성폐기물처리 및 환경 복원 등 원전해체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원전해체 기술이 해체 단계마다 적합하게 사용되도록 준비되고 상용화될 때 미래 먹거리로서의 원전해체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제염은 원자로 설비나 계통의 표면에 오염된 방사성 물질을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의 해체 안전을 비롯하여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와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 면적이 좁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처분 수용을 감안할 때 중요하다. 절단/해체는 방사성폐기물을 잘라서 부피를 줄이는 것으로서 고가의 방사성폐기물 처분 비용을 고려할 때 필수적이다.
한편, 원전해체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은 그것을 처분장에 적합하게 처분할 수 있게끔 물리적, 화학적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처리된다. 환경 복원은 원자력발전소 시설이나 설비 등이 철거 해체되고 난 후에 부지를 복원하여 방사선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는 것으로서 부지 재이용 측면에서 중요하다.
울산에는 원자력을 비롯한 전기전자, 기계, 화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전해체 역량을 가진 많은 기업들이 분포하고 있다. 원전해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이 가진 인프라를 해체 환경에 맞게 활용하면 되므로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원자력 환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업종의 다각화 측면에서 해체 수요에 따른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원전해체 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산업 활동과 함께 융복합 기술의 개발과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는 UNIST와 같은 지역 대학, 기업 및 연구소의 컨소시엄에 의한 관련 분야 연계 집약적인 원전해체 기술 공동연구 개발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고리 1호기 원전해체 활동의 시작이 멀지 않았다. 정부는 초기 원전해체 시장을 창출하고 유관 전문 강소기업의 육성, 지원기반을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울산시는 2019년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부산 공동)하여 기업의 원전해체 기술 검증, 해체 조기 발주 등 원전 기업의 원전해체산업 지원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제 다양한 분야 융복합 원전해체 산업의 개척 및 성장과 경쟁력 있는 해체산업 기술의 중장기적 확보 및 축적!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 단지의 조성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기업 입주와 원전해체연구소와 연계한 기업 기술 실증 및 지원 등에 관한 울산시와 지역 대학, 산업계, 연구소의 노력이 실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원전해체산업의 활성화 기반은 더욱 빠르게 다져질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쓸모 있게 잘 다듬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지정이 원전해체 각 분야 산업 기술과 연구역량을 한 곳에 모아 원전해체 기술 및 산업 육성 환경을 최적화함으로써 새로운 원전산업으로서의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8월 27일 울산신문 12면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