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을 울산에서 볼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을 할 때마다 듣게 되는 반응은 한 마디로 ‘생뚱맞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부정적 반응의 주된 이유가 ‘학’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에서 2편의 칼럼과 여러 번의 학 관련 심포지엄을 통해 학에 대한 관심과 바른 이해를 위해 노력했다. 학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먼저 언급하고 학이 왜 울산에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학과 두루미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학이 긴 목을 빼고 우는 소리가 ‘뚜루루’하므로 소리를 따라 한글로 두루미라고 한다. 둘째, 태화강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백로를 학으로 오해한다. 백로는 여름철새이고 학은 겨울철새이다. 셋째, 창원 주남저수지 혹은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두루미는 15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3종류 즉 재두루미, 흑두루미, 두루미가 주로 온다. 주남저수지에는 재두루미 그리고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흑두루미가 주종이다. 두루미,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수리 부분이 붉은 단정학은 철원평야에 주로 오며 그 이남으로는 오지 않는다. 1930년 초까지는 울산에서도 학이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울산이 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적으로 학의 고을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고려 4대 왕인 성종이 울산에 학성 즉 학의 고을이라는 별호를 정해 줬다. 울산읍성 내 동헌의 명칭이 일학헌(一鶴軒) 그리고 후에는 반학헌(伴鶴軒)이었고 동헌의 정문은 가학루(駕鶴樓), 객사는 학성관(鶴城館)이었다. 지명에도 비학, 무학, 회학 등 학과 관련된 명칭이 곳곳에 남아있다. 둘째,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기반으로 ‘정원도시 울산’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학은 예부터 고고한 선비를 상징하므로 이 같은 콘셉트에 적합하다. 셋째, 수만 마리가 무리지어 나는 태화강 떼까마귀를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화로 치면 떼까마귀는 조연의 역할을 담당하므로 생태관광의 주연급으로 학이 필요하다.
학을 어떻게 울산에서 볼 수 있게 할까? 2018년 울산연구원에서 실시한 ‘두루미(학) 복원 및 생태관광 자원화 방안 제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울산 지역 두루미의 복원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가 없기 때문’이고 ‘두루미 생태관광이 어려운 이유는 울산지역에서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필자는 일본의 오카야마현을 벤치마킹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오카야마현은 에도시대로부터 사육하던 두루미를 지역 정체성의 상징물로 활용한다. 울산시민들이 학을 볼 수 있게 하자. 둘째, 오카야마현의 고라쿠엔은 일본의 3대 정원에 속하는데 입구에서 사육하는 학이 이 정원을 대표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폭으로 인해 사라졌던 학을 중국에서 기증받아 다시 사육 및 번식을 하고 있다. ‘학원내산책’이란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학을 직접 보면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이 태화강 국가정원도 차별성 및 생태관광 자원으로 학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오카야마현 자연보호센터는 30여 마리의 학을 사육하고 있다. 학 사육, 전시, 조사연구, 교육을 담당한다. 150억원의 문화재 예산으로 4만평 규모로 2015년에 개장한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학이 오기를 학수고대했더니 내년에는 울산에서 드디어 학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울산시에서는 울산대공원 동물원 내에 학 사육사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과 함께 비상하는 정원도시 울산을 기대해 본다.
임진혁 UNIST 명예교수
<본 칼럼은 2020년 9월 9일 울산매일신문 15면 ‘[매일시론] 왜 울산에 학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