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대차3법 도입에 따라 해당 제도가 주택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기존에 2년간 보장이 되던 임대차기간을 추가로 2년 더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어 최소 4년간의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해주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임대차계약 갱신 시 전월세 인상율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올해 7월31일부터 이미 시행 중에 있다.보증금 또는 차임(월세) 등 주택임대차 계약 및 변경사항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임대차신고제’는 2021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89년부터 31년 간 유지되어오던 2년 단위 임대차기간 보장이 바야흐로 2년+2년(4년) 단위로 변경됨에 따라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기존의 2년 단위 임대차계약 및 거래에 익숙한 임대인의 관성과 전세 및 보증부월세 중심의 주택 임대차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제도 시행 초기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전세 소멸’ ‘전세 가뭄’ ‘전세 폭등’ 등의 제목하에 연일 쏟아지는 비판 기사들을 차치하더라도, 임대차3법이 정책적 실패로 귀결되지 않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며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게 연착륙하기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임대차3법 시행 부작용에 대한 핵심 비판 중 하나는 전세공급 감소로 인한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오히려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사금융인 전세는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중간 역할을 해오고 있는데, 매월 월세 지출에 대한 부담이 적어 임차인의 선호도가 높다.
그런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되어 4년간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면서 임대인이 기존 전세를 더 높은 임대수익을 제공하는 월세로 전환하려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이다. 게다가 강화된 양도소득세 비과세 2년 거주요건 등으로 인한 신축 주택의 전세공급 감소도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실제로 울산도 전세가격상승 동향이 심상치 않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3분기(7월~9월) 월평균 매매가격 및 월세가격 상승률은 각각 0.50%, 0.27%에 머물렀지만, 월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1.05%(7월 0.80%, 8월 0.96%, 9월 1.40%)에 달한다. 전년 동기(2019년 7~9월) 월평균 0.41% 감소한 것과 전분기(4~6월) 0.37%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전세가격 상승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전국 및 서울의 월평균 전세가격상승률 0.43%, 0.38%에 비하여 울산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2배 이상 높다. 주거유형을 아파트로 한정하면 3분기 월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1.51%로 더욱 상승폭이 크다.
물론, 최근 울산의 전세가격 상승을 단순히 임대차3법의 영향만으로 보기는 어렵고, 수요와 공급 부문의 여러 복합적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일 것이다. 2019년 울산광역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는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42%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때 전세 비중이 37%였음을 고려하면, 울산에서 전세는 여전히 중요한 주택점유형태로서 유지되며 기능하고 있다. 울산에서 전세소멸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를 수 있지만, 전세에서 월세로의 임대차시장 구조 재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수요 시장인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울산시의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중장기적 정책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전세소멸 시대에도 가구의 주거비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켜 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이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현재 전체 주택수 대비 4% 수준에 불과한 울산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빠른 시일 내에 중앙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제시하는 10% 수준으로는 높일 필요가 있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10월 20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전세소멸 시대? 임대차시장 주거안정을 위한 준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