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스포츠카 색상은? 99%의 확률로 빨간 페라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 싶다. 녹색 벤틀리나 애스턴 마틴이 생각나면 당신은 자동차 전문가다. 은색 벤츠AMG, 은색 포르쉐도 모른다면 당신은 레알차알못.
색 이야기는 20세기초,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는 기계 혁명의 결정체였다. 고정된 공작기계나 궤도에 종속된 기관차와는 달리, 마음대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당대 최고 핫아이템(Hot-item)이었다.
세상의 주목을 받고, 속도와 내구성에 기술 자존심이 걸린 이 핫템은 자연스레 경주를 통한 우열 가리기의 주인공이 됐다.
자동차경주는 메이커 뿐만 아니라 기술 올림픽으로 국가간 경쟁의 장이기도 했다. 이에 차량 색상으로 국가를 구분하게 된다. 최초 1907년 북경-파리 레이스에 우승한 이탈리아 왕자의 경주차가 붉은색. 이를 기념해 알파로 메오, 페라리, 마세라티까지 모든 이탈리아 레이싱카는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가 됐다.
1903년 영국은 첫번째 국제대회 장소 아일랜드의 상징색을 국가컬러로 사용했다. 브리티시 그린(British green)이라는 진녹색은 지금도 벤틀리,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와 미니까지 두루 쓰는 영국차의 상징이다. 1934년에는 차량 무게가 750㎏ 제한 규정을 초과하자 현장에서 사포로 차체를 깎아 무게를 맞춘 벤츠가 우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칠이 싹 벗겨진 금속색 경주차의 질주를 은빛 화살-실버 애로우(Silver arrow)라 부른 애칭에, 흰색이던 독일 레이싱 컬러가 벤츠, 아우디, 포르쉐까지 모두 은색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 지금은 국가색이 무의미할 만큼 브랜드간 인수합병이 복잡하게 얽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국 고유색을 목숨처럼 사용한다. 왜일까? Talk-tive, 회자(膾炙)의 힘 때문이다. 우리가 연구하고 만드는 모든 결과물의 가치는 사실 쓰임새에 달렸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디자인-생산해도 시장호응이 없다면 가치는 ‘0’에 수렴한다. 연구논문이나 디자인도 ‘인용’이나 ‘수상’을 득해야 비로소 ‘인정’ 가치를 얻는다. 그 단계가 Talk-tive다. 그리고 회자되는 양과 깊이가 Talk-tive의 힘세기다.
우리는 왜 새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열광하나? 갤럭시나 기어가 기술적으로 더 앞서고, 더 많이 팔려도 애플시총은 언제나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대한민국 주식을 다 합해도 애플에 못미친다고 한다. 끝없이 곧 망한다는 테슬라는 왜 망하지도 않고 10년 넘게 전기차 1위인가? 다들 테슬라를 따라잡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라는 데도 말이다.
애플의 Talk-tive는 스티브 잡스가 심은 전설이다. 하이퍼루프를 만들고 스페이스X를 쏴대며 화성이주를 발표하는 사람, 물건 보다 꿈을 판다는 앨런 머스크를 이길 수 있는 Talk-tive한 인간과 브랜드는 당분간 지구상에 없을 것 같다.
혹자가 ‘애플은 미국 인플레이션’이니, ‘앨런 머스크는 허풍쟁이’라지만, 꿈을 따르는 팬덤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크고 공고해지는 이유. 우리에게 필요하고, 삼성도 현대차도 꼭 필요한 통찰력이다. Talk-tive, 회자의 힘. 그래서 이탈리아 페라리는 죽어도 빨간색이고 독일차는 은색이다. 전설의 부가티가 늘 푸른 건 프렌치 블루(French blue)라 일컫는 프랑스차여서지, 그냥 아무 색이나 칠한 게 아니다.
마세라티는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지중해 바람을 전설 삼았다. 얼마나 멋진가?
에르메스, 애플워치를 따라 난데없이 톰브라운 에디션을 내고, 별안간 차 앞뒤 몇 줄 긋고 ‘이게 고급 아이덴티티요’ 하려면 Talk-tive가 필요하다. 좀 깊고 세련된 이야기를 하자. 레전드가 레전드인 이유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7번째 통찰력 Talk-tive.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10월 21일 경상일보 015면 ‘[정연우칼럼]Talk-tive 회자의 인사이트’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