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울산시가 현대중공업과 함께, 울산과학기술원내에 ‘고자장 자석연구소’설립추진을 위해 울산시-현대중공업-울산과학기술원 3개 기관간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교내에 설립추진 중인 ‘고자장 자석 연구소’는 초전도자석 기술완성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산업계와 연계해 초전도자석을 활용한 핵심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하는 그린뉴딜산업을 위한 신동력 창출에 일조하고자 한다.
현재 기획단계이지만, 고자장 자석연구소는 고온·저온 초전도 자석제조 관련 핵심 원천기술 연구개발과 동시에, 울산지역기반의 우수한 산업계의 기술력과 결합해 초전도기반 미래에너지산업 저변을 확대하는 인프라혁신을 통해 초전도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신산업 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과 학계를 선도하는 울산과학기술원이 울산시를 통해 협력하게 됨으로써 그 파급효과는 부울경지역을 넘어서, 국내 학·연·산연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고자장 자석연구소는 최근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고온 초전도자석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세계 최초 및 최고를 목표로 한 자이로트론 (고주파수 마이크로파원)을 개발하여 성능시연을 할 계획이다. 전세계적으로 저온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자이로트론은 꾸준히 개발되어왔지만, 초고자장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자석을 활용한 자이로트론은 세계최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핵융합 연구전문가 그룹이 고자장 자석연구소의 추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건설중인 대형 핵융합장치는 저온 초전도자석 중심이지만 이와는 다른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온 초전도자석을 활용한 초고자장으로는, 핵융합장치를 소형화하면서도 물리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통해 3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핵융합연구개발 진행속도를 가속화시켜서, 조기에 실증로 연구에 착수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고난이도의 신개념 신기술이 요구되는데, 일차적으로는 고온 초전도 자석을 대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대전류 전력선과 연결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조인트 개발이 필수적이다. 적잖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이 성공하면, 고온 초전도를 활용하는 자기장은 통상적으로 사용해온 저온 초전도보다 훨씬 높지만 자석제조에 용이할 뿐만아니라, 운용비용측면에서도 수백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MIT의 spin-out회사인 Commonwealth Fusion System (CFS)에서 이와 같은 고온 초전도를 활용한 소형핵융합장치 SPARC를 설계 중인데, 2019년에 Bill Gates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만큼 그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10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고자장 자석연구소 설립추진 공동협약에서 울산시가 인공태양 (핵융합) 에너지 연구추진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 완성방안으로 제시할 만큼, 미래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이 가시권 안에 있는 것이다.
이번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추진에 학계에선 유니스트외에도 서울대와 경북대, 연구계는 11월에 독립 발족하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산업계는 현대중공업, 서남, K.A.T., 다원시스 등 다수의 초전도 선재 및 자석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설립 초기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국립자기장연구소(National High Magnetic Field Laboratory (NHMFL))의 성공 사례를 참조하지만, 한국 초전도 연구기반의 특장점을 살린 소형·중형·대형 초전도 자석제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울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에너지원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서 특화 발전시킬 계획이다. 참고로 초전도의 응용분야는 의료산업 MRI를 비롯해서, 차세대 가속기 및 나노물성연구 등 매우 다양한데, 고온/저온 초전도 고자장을 복합적으로 구성하면 고품질의 영상장치, 통신, 및 첨단산업 등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용균 유니스트 물리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11월 11일 울산매일신문 14면 ‘초전도 자석에서 미래에너지원 개발로 가는 길’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