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5년 전 컴퓨터와 인터넷의 초기인 1985년에 미국의 유명한 대학 MIT에서 ‘미디어 랩’을 설립해 미디어에 디지털 접목을 시도하였다. 이 연구소는 다가올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의 비전과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적 발명을 결합했다. 또 전통적인 학문 분류의 제약을 탈피하고자 삶과 커뮤니티 및 환경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IT 네그로폰테 교수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기반으로 컴퓨터 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전통 미디어인 신문, 잡지, 출판, 영화, TV 의 접목으로 인한 혁신적 변화를 이끌었다. MIT 미디어랩은 학문이나 기술 개발이 아닌 컴퓨터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여러 측면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감지한 거대 회사들은 미디어 랩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협력하면서 오늘날의 명성을 구축했다. MIT 미디어 랩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낸 융합적 연구이다.
미디어랩이 탄생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기술 혁신의 변화인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계가 지능을 갖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오고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분야인 ‘AI+X’가 논의되고 있다. 융합의 새로운 창조적 시도를 할 기회가 온 것이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비전과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싱크탱크가 요구된다.
다가오는 미래의 환경과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은 미래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변화의 리더에 의해서 찾아오고 만들어진다. 피터 드러커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길은 우리가 창출해 가는 것이다”고 한 말이 새삼스럽다.
한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인류의 삶이 편리한 데에는 기계의 도움이 아주 크다. 하지만 기계가 만들어진 상황을 보면 인간보다 기계가 최적화되도록 설계·제작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재의 자동차는 어려운 기계를 다루는 운전법을 배워서 ‘불편한 편함’으로 이동 수단을 해결하고 있다. 컴퓨터도 익숙하지 않은 자판기를 습득하고, 공장의 기계도 소위 운전자(operator)를 훈련시켜서 기계를 작동한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는 기계가 쉽게 일하도록 인간이 기계에 맞추어 살아왔다. 그래도 감사하게 ‘산업혁명’이라는 칭호까지 붙여주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기계가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손으로 기계를 조작하고 프로그램으로 기계를 명령하던 일들이 이제는 훨씬 쉽게 작동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다가올 미래는 기계가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고 제작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 중심 사회에서는 기계 오작동에서 오는 사고나 산업재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환경 오염,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자율주행과 음성 인식은 그 초기 단계의 좋은 사례이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이 한층 빨라졌다.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역량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35년 전 MIT에서 시도한 미디어랩이 미디어와 디지털의 접목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공학 그리고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인문학에 인공지능을 융합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설계하고 창조할 때이다.
우리는 미래가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혁신에도 미래의 삶에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다.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는 디지털로 가고 있는 방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모방의 시대는 지났다. 상상하고 고민하고 실험해보는 창의적 논의의 장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인공지능의 순기능을 삶의 영역에서 극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랩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김동섭 UNIST 교수·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4차산업혁명 연구소장
<본 칼럼은 2020년 11월 17일 국제신문 22면 ‘[과학에세이] 인공지능이 만들 새로운 사회 설계해 보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