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지난 21일 공청회를 통해 울산의 미래 도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2030년 울산도시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계획인구 150만명의 창조도시, 안전도시, 문화·관광·복지도시 울산을 구현하겠다는 내용이다. 대내외적 경제·산업 환경의 변화, 저출산·고령화 진행에 따른 급속한 인구 구조 변화 등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시발전전략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울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2030년 미래 울산의 도시계획 방향을 제시하는 계획(안)이 나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울산 도시기본계획(안)의 수립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소통 및 시민참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시기본계획은 미래 울산의 도시공간구조, 인구 및 생활권, 토지이용 및 개발, 도시기반시설, 환경, 경관 등을 포함하는 종합계획으로서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고 울산의 미래 발전 전략의 기본 틀이 되지만,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소통은 계획 초기의 시민설문조사와 금번 공청회 뿐인 것 같다. 주민과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법적으로 의무화된 공청회에서 도시기본계획(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일부 수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공청회는 시민참여의 장이기 보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도시기본계획(안) 결정을 위한 통과의례적인 행정절차 중 하나가 되기 십상이다. 쉐리 아른스타인 (Sherry Arnstein)은 1969년 미국도시계획저널에 발표한 ‘시민참여의 사다리’란 유명한 논문에서 조작, 치료 등 비참여 단계, 정보제공, 상담, 회유 등 형식적 참여 단계, 협동관계, 권한이양, 시민통제 등 실질적 참여 단계 등 8가지 형태로 시민참여 단계를 나눈 바 있다. 정보제공이나 상담 등 형식적 참여의 모습만 갖춘 공청회에서 벗어나 도시계획 수립 전 과정에서,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는 도시계획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난 2012년 서울시는 2030년 서울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100인의 일반 시민참여단을 모집해 미래상 및 계획과제 설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30인의 분야별 시민그룹을 선정하여, 환경·안전, 역사·문화, 산업·일자리 등 각 분과 별로 시민위원 6인, 시의원 3~5인, 전문가 6인, 서울시 3~5인 등 20인 내외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핵심 이슈별 목표와 전략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민참여의 장을 넓혔다. 203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결성된 100인의 시민참여단의 활동은 도시기본계획수립 완료 후에도 계속되어 서울도시계획헌장 마련이라는 결실을 가져왔다. 실제로 100인의 시민참여단, 20인의 미래세대 참여단, 25인의 청년서포터즈 등 시민대표단과 각계 전문가 들이 3년여 동안의 토론을 통하여 미래 서울의 도시계획이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와 원칙을 담은 서울도시계획헌장(안)을 마련하여 지난 24일 ‘서울도시계획, 미래 100년의 약속’ 컨퍼런스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노력여하에 따라 대도시에서도 시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계획 수립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부산시에서도 최근 203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부산의 비전과 발전전략 등을 수립할 100여명의 시민계획단을 모집하고 시민 참여 도시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2030년 울산시의 도시기본계획(안)이 공청회를 통해 이미 발표되었지만 시민참여 도시계획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늦지 않다. 향후 도시기본계획의 결정과정에서, 그리고 각종 도시개발, 도시계획사업, 도시재생사업의 시행 단계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배려하는 울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시민참여, 주민주도의 도시계획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고 소통과 의견수렴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된 울산의 미래와 도시공간에 시민들이 더 애착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7월 3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시민들이 계획하는 울산의 미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