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6일, 미 의회에서 바이든의 당선 확정이 선언되면 미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릴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 미국 우선주의로 경제를 살렸으나, 작년의 코로나 위기 대응에 실패하여 45명의 미 역대 대통령 중 재선되지 못한 10명 뒤에 서게 되었다. 조부가 100년 전 스페인 독감에 희생되었음에도, 대통령으로서 잘 대처하지 못한 아픔이 클 것이다.
1918년 맹위를 떨쳤던 스페인 독감은 일제 치하 우리국민의 절반이나 감염시켜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을마다 계속되는 상을 치르느라 가을 추수도 못하였던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이듬해 1919년 독립운동의 결기에 더해졌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최대 5,00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상 최악의 전염병이 바이러스성 조류 독감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금세기에 들어서야 미군병리학연구소에서 밝혀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만 세계에서 180만명이 사망하였고, 사망률이 스페인 독감의 두 배에 달하여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아직 근본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SARS, MERS와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가 교란되고 기온이 낮은 지역을 찾아 동물들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과 변이로 초래되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미국 앨러지-전염병연구소장은 코로나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하였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물질은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그리고 오존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이산화탄소가 76%, 메탄가스가 16%를 차지하고 있다. 메탄가스는 양이 적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분해되기 때문에,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는 이산화탄소에 좌우된다.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탄소 연료가 산소를 만나 연소하여 에너지가 나온 후 이산화탄소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간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에 흡수되어 없어지는 데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실효과를 열량으로 환산하면 애초에 연소하며 내어 준 에너지의 10만 배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탄소 에너지는 우리에게 주는 이익보다 환경에 미치는 해악이 십만 배 더 큰 셈이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상승하면 세계 인구의 1/3이상이 열대야에 시달리게 된다. 피해 인구를 1/7 이내가 되도록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UN기후협약에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지 않는 탄소 중립을 2050년의 목표로 추가하였다. 즉, 탄소 연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까지 동원하여,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이 목표를 받아들였고 그 뒤를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 따랐다.
이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세계기후협약에 복귀하고 탄소 연료 감축 대책을 우선적으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에너지부 장관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을 적극 밀어온 전 미시간주지사를 내정하였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이 소형원전을 청정에너지원으로 규정한 행정명령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는 어려워졌으나, 많은 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과 함께 원자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풍부한 바람과 서로 연결된 전력망을 디딤돌로 삼고 여기에 원자력까지 활용하여 탄소중립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은 탄소 중립 방안을 개별적으로 최적화하여 나갈 것이다.
포항제철의 고온공정의 열이나 선박과 비행기와 같이 전기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문에서 수소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연구 개발로써 아직 높은 수소 생산 단가를 내리려는 노력도 치열해 질 것이다. 유럽 자료에 의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써 수소를 생산할 경우, kg당 약 5,000원 내외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소를 저장하고 유통하기 위한 액화와 기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새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없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암모니아로 바꾸어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로 되돌리기도 쉽고, 암모니아 그대로 내연기관을 돌리거나 연료전지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산업은 연간 매출액이 1경2,000억원이 넘는 세계 최대 산업이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은 국가 총수입의 1/3에 육박하곤 했다. 그러나 앞으로 무탄소 에너지 시대에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면, 환경 보호는 물론 에너지 자립과 수출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울산의 에너지-조선 산업계가 코로나에 위축된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 밝은 비전을 제시하길 기대해 본다.
황일순 UNIST 석좌교수 · 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장
<본 칼럼은 2021년 1월 4일 울산매일신문 22면 ‘[황일순칼럼] 코로나와 기후변화’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