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학자였던 블룸(Bloom) 박사는 교육혁신에 대한 2가지 큰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첫째는 1956년에 발표한 `교육목표분류체계`로서 교육 목표를 6개로 나누었다. 이에 의하면 `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는 지식 습득을 위한 하위 사고기술이고 `분석하기` `평가하기` `창조하기`는 지식 활용을 위한 상위 사고기술이다. 둘째는 1984년에 발표한 `블룸의 2시그마 문제`로서 일정 시간에 학습을 하게 하면 50%의 학생들만 목표를 달성하게 되지만 일대일 개별학습을 시키면 2시그마, 즉 98%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이론을 넘어 현실에 접목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2가지이다. 첫째, 상위 사고기술은 하위 사고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행 교육모델에서는 후자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를 학습할 시간이 없다. 둘째, 모든 학생에게 일대일 개별 학습을 하기 위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현행 교육모델의 문제점은 첫째, 암기식 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은 인공지능(AI)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역행한다. 둘째, 습득한 지식을 기준으로 일괄적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일등을 제외한 모두가 패배자가 되게 한다. 셋째, 학습 집단의 평균을 중심으로 교육하므로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 저출산의 큰 요인 중 하나가 과중한 교육비이다. 넷째,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 학습을 함으로써 육체 및 정신 건강을 해친다.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전략서 `디커플링`에서 노력, 시간 그리고 비용을 기준으로 볼 때 디지털혁신이 일어날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가 교육이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교육의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한국에 더욱 적절한 진단이다. 지식 습득보다는 지식 활용에 치중하여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 달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접목하여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여야 한다. 온라인 학습 방식이 가진 장점은 지식 습득과 지식 활용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 개별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3가지 장점을 활용하면 블룸이 제안한 이상적인 교육모델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지식 습득은 온라인으로 개별 학습을 하고 일정한 하위 사고기술의 목표에 도달하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집단으로 지식 활용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미네르바스쿨은 두 단계 모두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므로 오프라인 교실이 없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생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콘텐츠와 학습과정 모니터링 및 학습지원 기능이 있는 스마트한 학습플랫폼이 필수적이다. 검증된 공유 콘텐츠를 자기주도적 학습에 활용하면 교육의 질은 대폭 향상되고 비용 또한 대폭 감소된다.
운전자 보호를 위해 각종 기술을 발전시켜 온 기존의 패러다임을 자율주행 방식으로 전환시키려면 전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교육에서도 강의 대신 자기주도적 개별 학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지식 활용을 위한 토론은 교수자가 아닌 코치가 지도하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여야 한다. 뜻하지 않게 코로나19가 강제한 온라인 교육 방식이 종래처럼 차선책이 아니라 블룸이 제창한 혁신적 교육모델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임진혁 울산연구원장 · 유니스트 명예교수
<본 칼럼은 2021년 1월 15일 매일경제 34면 ‘[기고] 교육혁명을 위한 절호 찬스가 찾아왔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