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가 2021년에는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열렸다. 보는 관점에 따라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디지털헬스 모빌리티 (SDAM)를 4대 키워드로 꼽기도하고 코로나19 해결 기술, 미래 TV, 5G 등의 기술의 약진을 소개하기도 한다.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적용, 원격의료, 맞춤형 의료 등의 스마트헬스와 친환경에 대한 적용기술이 두드러지게 감지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 많이 소개되어 생활 환경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는 2021년의 시작이다.
그런데 편리함은 주는데 평안함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지만 나의 습관은 같은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고 가끔은 왜 이렇게 변화를 해야만 할까 하는 회의마저 든다. 인류가 지금 상태로 1년 쉬어간다고 해서 인간의 행복감이 급격하게 줄어들까? 기업경영에서 흔히 두발자전거 이야기를 꺼낸다. 전진하지 않고 멈추는 자전거는 결국 넘어진다고 한다. 네 바퀴 자동차도 있는데 왜 두발자전거로 우리는 달려가야만 한다고 생각할까? 기업에서의 전략이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기술 경영에서는 기술의 활용으로 경쟁우위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why’라는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고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기업경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SNS로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대화를 통한 합의보다 메신저속에서의 일방적인 주장이 활개를 칠까 우려된다. 경쟁사회에서 자신과 상대방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균형을 잃게 된다. 남의 눈의 티끌은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서 지적하고 자기 눈의 들보는 투명체로 변형 시켜 합리화를 하는 모습도 일부 보인다. 연초부터 민주주의의 모범이라는 미국의 의사당 난입사건은 첨예한 양분으로 인해 국민적 공감대라는 말이 아주 어쭙잖다. 이렇듯 정치환경은 이분법으로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일 년여 전 이 칼럼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치도 민주주의 4.0이 필요하다고 쓴 이후 이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4차산업 혁명시대의 기술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조금이나마 제고해보려는 갈망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트윈 적용으로 정책이나 선거 공약에 대한 예측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좀 더 용이하게 하면 어떨까? 대표자 선출이나 의사 결정 방식에서도 찬성 아니면 반대를 선택하는 대신 데이터 기반으로 기업 평가에서 적용한다면 평가와 같은 개념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심공약 모두를 일괄적으로 찬성하기보다 항목별로 평가하고 더해서 리더십, 인성, 도덕성 등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해 잘하는 점과 개선점을 잘 파악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치에도 적용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4차산업 혁명 기술 활용으로 직접민주정치의 효과를 나타내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도 중요하지만 목적과 동기 그리고 과정을 중요시 여기고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TED 명강의로 소문난 사이먼 사이넥은 진정한 리더는 방법(how)이나 결과물(what)보다 동기(why)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리라.
조그만 양보가 객관적인 실체를 보여준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주한 삶의 시대에 올해는 나 자신부터 조금 더 배려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주어진 환경과 위치에서 주변을 밝고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기술이든 정치든 인간의 행복과 평안이 목적이자 동기이다. 올해는 모두가 본래의 동기를 찾아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나 자신부터 선한 영향력으로 주위가 한층 더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섭 UNIST 교수·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4차산업혁명 연구소장
<본 칼럼은 2021년 1월 26일 국제신문 22면 ‘[과학에세이] 선한 영향력으로 따뜻한 사회를’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