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정책적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산업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기화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란,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기’의 형태로 공급 및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전기자동차이다.
작년 12월엔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로 인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안함은 고조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는 언제나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무려19세기에도 전기자동차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가 있었고, 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약 2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834년, 영국 귀족 존 스콧 러셀이 승객 21명을 태운 증기자동차가 전복되고, 엔진이 폭발하는 등의 사고로 총 3명의 사망자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증기자동차는 사람들에게 괴물로 간주되었고, 가축에서 기계의 시대로 변모하는 커다란 기술 패러다임의 뜨거운 찬반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마차 vs. 자동차’라는 대표적인 20세기의 논쟁, 그 내막에는 신구 자동차 간의 세력 다툼이 존재했다. 증기자동차에 도전했던 전기자동차는 당대 최고의 천재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발명했다. 에디슨은 당시 흉물스럽다는 증기기관차에 대한 중론에 힘입어 굉음으로 인한 소음 문제와 널어놓은 빨래들이 검게 그을리는 매연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다. 또한, 기존에는 수동으로 엔진을 회전시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는데, 당시 근력이 약한 일부 사람들에게 커다란 걸림돌로 예측하여 ‘여성을 위한 자동차’라는 슬로건과 함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는 장점을 내세워 자동차의 전기화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증기자동차의 내연기관은 전기모터에 비해 대량생산하는데 일찍 성공했으며 규모의 경제로써 대중화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매연과 소음이 그다지 큰 사회문제가 아니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텍사스 주의 유전이 개발되고, 정유 산업이 성장하면서 거대 석유 회사들이 내연 기관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었다. 반면, 전기모터를 위한 배터리의 성능은 이러한 인프라를 따라갈 재간이 없었으며,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내장한 전기자동차는 낮은 발전 효율과 여러번 재충전해야하는 불편함, 그리고 부족한 인프라 등은 소비자로 하여금 사회적 공감대를 잃었고, 결국 자동차 시대의 개막은 내연기관에 양보해주고 말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경제의 행보로 울산을 방문했다. 친환경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울산 미래차 산업에 2025년까지 20조 이상 지원을 약속하며, 수출주력산업 및 미래차 중심 산업 생태계 재편을 선포했다. 이에 발맞춰, 울산시에서도 2022년부터 초소형 전기차를 공공기관의 업무용 차량, 도시가스 검침 및 소상공인 배달용 차량 등 보급 및 양산화를 계획하고 있다.
에디슨도 못 이룬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는 울산이 선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분야이다. 울산은 전국 자동차 생산액의 21 %이상 차지하고 있고, 여의도 면적 1.5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공장이 있으며, 5만톤급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전용 수출 부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줄 이차전지, 연료전지 산업 또한 울산의 하이테크밸리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수요에 걸맞게 이미 생산 및 수출 인프라가 완벽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잠깐 휘청거리는 울산 자동차 산업에 정부의 지원은 특단의 대책이 될 것이다.
탄소배출 제로를 지향하는 미래에는 전기화를 필요로 하고, 전기화는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핵심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울산은 1.5GW 세계 최대 규모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통해 친환경에너지 랜드마크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력 수급은 물론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이산화탄소의 연료화 및 전기•수소차 충전소 확충에 따른 전기•연료전지 자동차 양산 등으로 울산 주력산업의 미래화를 통해 과거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를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울산의 미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제로의 분산형 에너지 발전 시스템 및 사회 인프라의 효율적 전기화 벤치마킹 기업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영국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울산매일 2021년 1월 27일 14면 “[에너지칼럼] 기후변화, 그리고 전기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