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색채과학 핵심 연구자로 필자를 포함한 세명의 아줌마 교수들이 있다. 얼마전 세명의 채팅방에 한 분이 질문을 올렸다. ‘인간이 구분할 수 있는 무지개색이 최대 207색이라는 말 들어 보셨어요?’ ‘설마요, 여섯 개 아닌가요?’
무지개는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잘 알고 있고 익숙한 현상이지만, 동시에 일상 생활에서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비누방울 표면이나 CD 표면에서 볼 수 있는 무지개 색을 포함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무지개에서 내가 색을 몇 개나 구분해 볼 수 있는지 세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무지개 색은 몇 개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웠던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가지 무지개 색은 그리 정확한 색 구분은 아니다. 물론 무지개는 연속적으로 색이 변하는 것으로 색과 색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지개를 보면서 색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색을 세어보면 일반적으로 빨 주 노 초 파 보 이렇게 여섯개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일곱가지 무지개 색은, 태양광을 프리즘을 통해 투과시키면 만들어지는 무지개 색 띠를 의미하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뉴턴(중력을 알아내고 미적분학을 발전시킨 바로 그 뉴턴)이 정리한 것으로, 눈으로 봐서는 뚜렷한 중간색이 보이지 않는 파랑과 보라 사이에 남색, 영어로 인디고라는 색을 굳이 넣어 서양 음악의 음계와 수를 맞추고자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처음 문제로 돌아가보자면 아줌마 셋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으나 무지개 색이 207개라는 말의 과학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사람 눈의 색 구분력과 스펙트럼에서의 색 구분이 혼동돼 만들어진 표현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무지개에서 여섯 개 밖에 색을 구분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은 몇 개나 될까? 무지개는 태양광을 이루는 단파장광들을 일렬로 나열해 보는 것일 뿐이고 우리가 보는 색은 이 단파장광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색은 무려 천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곽영신 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2월 3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2)]무지개색’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