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2020년 3월 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에 대해 팬데믹을 선포한 날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는 급격한 경기침체의 위기에 놓였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새롭게 출몰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의 직관적인 변화는 따로 있었다. 매년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흐렸던 3월의 하늘은 파랗게 맑은 공기를 유지하며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통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대비 46%로 감소하였다. 이렇듯 코로나로 인한 인류의 인위적인 활동이 제한되며 환경 오염의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히 깨닫게 해주었다. 즉, 인류가 노력하면 지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작은 시작을 우리 도시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18세기로부터 여러 차례 산업 혁명을 거치며, 항구 도시는 무역 활동의 중심지로써 경제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동시에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으로 인해 산업화의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친환경’하면 떠오르는 도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도 한때는 바닷가에 죽은 물고기떼가 떠오르고,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가는 망해가는 도시였다. 이때 덴마크는 살기 좋은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으로 에너지정책에 주목했다. 덴마크는 천혜의 풍력 자원을 가진 이점을 활용하여 1975년 중장기 에너지계획을 세웠고, 1985년 원전 가동을 중단시켰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조를 이어온 덴마크 의회는 2030년까지 총 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50% 및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도시 구축 내용이 담긴 기후계획협약을 2012년 발표했다.
2020년 12월 21일 덴마크발전협회는 전기 소비량 가운데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얻은 전력이 80%에 달해 최고 비율을 갱신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 풍력 발전이 전력소비량 중 46%를 공급했으며, 이는 425만 가구의 소비전력과 맞먹는다. 또한, 발전 저장 용량을 벗어난 잉여 전력은 수출하거나 水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코펜하겐 시민들에게 풍력은 단지 전력만 공급해주는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에서 3.5km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주민참여 협동조합으로 발전 이익의 지분을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모델로도 유명하다. 또한, 매년 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덴마크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2곳을 추가로 확충해 2050년에는 탄소제로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덴마크가 제시한 진정한 탄소 제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탄소발자국을 지워야 한다. 에너지 발전면에서 완벽하다 해도 낙농업, 수송, 지역 난방 등 당장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비점오염 특성의 CO2만해도 덴마크에서 20만톤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한다. 탄소발자국을 지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한데, 첫째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사회 전반에 활용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이고, 둘째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기술(CO2 Capture and Utilization, CCU)의 도입이다. 우선 덴마크는 코펜하겐 시내에 2030년까지 775,000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여 수송, 교통 분야의 전기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 난방에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비율을 현재 38%에서 모두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전기화를 계획하고 있다.
코펜하겐의 사례에서 보듯 미래형 친환경 도시의 키워드는 신재생에너지, 수소, 이산화탄소 활용, 그리고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모델 등으로 볼 수 있다. 울산시와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조합해보면, 미래지향적 친환경 에너지 도시가 꽤 잘 그려진다. 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의 현지화를 통해 어민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울산시는 국내 총 50%의 수소 생산량을 기반으로 한 운송 인프라, 세계 최초 수소 전기차 양산 기반 등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수소 연료전지 개발과 보급, 수소 모빌리티 실증과 보급 확대로 도시 전기화의 핵심인 수소경제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추가로 CCU 기술을 활성화하여 울산시의 친환경 수소에너지·전기화 도시도 가속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울산매일 2021년 3월 10일 15면 ‘[사설] 도시재생’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