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보의 디지털화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이 뜻을 잘 이해하고 대처해야 1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근본은 아날로그(Analog)신호에서 출발한다. 아날로그 신호는 연속된 신호이고 자연 그대로의 신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날로그 신호는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없는 신호이기에 0과 1로 표현되는 2진수 데이터로 바꿔줘야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이터로 변환된다. 이를 양자화(Quantization)라고 한다. 이와 같이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Digital) 신호로 바꿔주는 일련의 과정을 정보화 또는 전자화(Digitization)라 칭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 DX)이라 한다.
DX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데이터 수집, 수집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통신망(Network), 모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의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있다. 이를 플랫폼으로 구축해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하던 설계, 생산, 판매, 교육, 서비스 등을 혁신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화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카메라와 MP3가 있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디지털화해 전통적인 카메라 업체는 사라지고 디지털 카메라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또한 LP(Long Playing)라고 불리며 애용되던 레코드판은 콤팩트디스크(CD)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MP3로 변하더니 그것마저 휴대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제품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업의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되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온라인(On-Line) 금융거래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며 은행 점포의 수를 감소시키고,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전통적인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출을 줄이며 유통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동성(Mobility) 측면에서는 전기차, 수소차라는 동력의 변화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플라잉 카(Flying Car)로의 발전이 자동차와 비행기의 결합을 촉진하고 있어 따로 따로 기업을 하는 것보다는 협력하지 않으면 미래를 잃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장에서도 로봇(Robot)의 지능화, 자율화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인해 지능형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울산은 IT인력이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울산시는 울산 소재 대학들과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해서라도 인력수급에 나서야 한다.
데이터 생성과 수집, 초고속 네트워크, AI, 플랫폼 기술들이 이제는 따로 발전하지 않고 통합되는 융복합(Converge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만 하더라도 전화기, MP3 플레이어, 카메라, 키보드, 게임기, 수첩, 사전등의 기능들이 모두 모이는 종합 정보기기로 발전했고, 자동차도 전기, 수소, 자율주행, 플라잉 카로 발전하면서 로봇, 항공기 기술이 융복합될 것이다. 유통의 경우도 생산, 판매, 운송, 결재, 연결등의 모든 기술이 융복합화하는 플랫폼 기술을 근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플랫폼 기술은 중소기업이 만들어 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기업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제조와 연관된 플랫폼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정보화를 가미해 4차 산업혁명기술을 선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벤처기업과 융복합 실력이 있는 대기업을 함께 육성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에 쿠팡이 왜 미국에서 상장하였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융복합 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연결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적 준비와 정책의 변화가 절실하다.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본 칼럼은 2021년 3월 24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비하자’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