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며 신재생에너지가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린뉴딜, 수소경제 기조로 정부와 기업에서 선제적인 투자를 한다. 그린에너지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경제성과 확장성에서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미래를 준비한다고 목표치만 높이 잡아놓고 성급한 실행안을 세우고 에너지 수급 차원의 단·중기적인 전략이 부재할 경우에는 많은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풍력과 가스 발전의 비중을 높인 결과 이상한파로 인한 블랙아웃 같은 위기대응 부재, 전쟁 등 외적 요인에 기인하는 에너지 안보 취약, 전기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및 관련 산업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가 있다. 물론 이들이 저탄소 시대로 가기 위한 일련의 성장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재생에너지가 지금의 화석에너지만큼 큰 비중으로 대중화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선제 연구와 검증이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에너지 사회의 특징은 전기화로의 전환이라고 하며 탈탄소 가능성, 실행력 및 확장성, 경제성, 가속화 여력을 기준으로 15개의 기술을 소개하는 데 태양광, 풍력, 차세대원자력, 수소, 전기효율, 탄소 포집 및 활용 (CCUS)등이 있다. 이 중 석유산업에 관련되는 것이 2개인데 이는 탄소의 적절한 활용기술과 연관되고 석유산업이 미래에도 중요한 에너지원임을 대변하고 있다. 2020년 매출기준 포춘 10대 기업 중에 시노펙 중국석유 쉘 아람코 BP 5개의 석유 기반 기업이 등재돼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석유화학기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주식 가치 기준으로 본 10대 기업에는 석유화학기업이 사우디 아람코 한 기업만이 등재돼 있다. 저탄소시대 미래산업의 방향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론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산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녹색 버블의 인식도 있다. 에너지 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에너지 안보가 더욱 중요하고 안정성이 요구되는 산업으로 하루아침에 급속하게 변화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더욱 안된다. 먼 미래만 바라보고 현실을 놓쳐 갑작스러운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국가의 안보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석유화학기업의 미래는 아직도 활용가치가 무척 높고 안정적인 석유화학산업이 국가 재정과 글로벌 경쟁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 화석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로는 4차산업혁명기술을 적극 활용해 생산 수송 저장 활용 및 재활용 전 주기에 걸쳐 잘 연결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해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순환경제 (circular economy)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에 더해 자원 재활용을 일상화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한 기술은 발생 현장에서 탈탄소화를 적용하는 기술의 개발이다. 발전소에서, 원유 생산지에서 정유·석유화학 시설에서, 자동차에서 바로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탄소 포집 및 저장 (CCS)과 이산화 탄소를 활용해 유용한 제품을 만드는 (CCU)의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로 원유 증산을 하는 기술 (EOR)이나 광물화, 유용한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선산업은 이미 1990년부터 쇠퇴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불황을 견뎌 냈다. 이것은 바로 기술력의 축적과 신모델 도입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결과가 아닐까? 석유화학에너지산업은 우리 경제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조건 이산화탄소는 악이라는 프레임으로 수소를 외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를 잘 달래는 기술을 개발해 장·중·단기가 잘 연결된 안정적인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김동섭 UNIST 정보-바이오 대학장·인공지능혁신파크사업단장
<본 칼럼은 2021년 4월 6일 국제신문 22면 ‘[과학에세이] 탄소중립 시대 석유 산업의 역할’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