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다. 장마가 끝나고 찾아오는 여름철 찜통더위는 한동안 도시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인명피해를 발생시킨다. 올해 충남에서 열사병 희생자가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수십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울산은 2013년 8월 38.8도까지 기온이 올라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그 해 여름 대한민국 최고 기온으로 기록됐다.
해외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기온은 42도까지 치솟았고, 일본 군마 현에서는 39도를 기록해 희생자가 발생했다. 인도에서는 이미 폭염 사망자가 2,200명을 넘어서서 인도 역사상 최악의 여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기온 1도는 보통 사람이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작을 수도 있으나, 폭염으로 고통 받는 8월에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을 만큼 큰 차이다.
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는 울산과 달리, 1도 이상 기온을 낮추는데 성공한 도시가 바로 대구이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 대부분 시도의 여름 기온은 2도 가량 증가했으나 대구는 1.2도 낮아졌다. 여름 최악의 도시라는 오명도 벗어나고 있다. 기온 낮추기에 성공한 대구시의 전략은 단순하다. 도시녹화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통해 2,300만 그루의 나무를 공원, 자투리 공간에 심었다. 도시 내 녹지는 주변지역보다 온도가 낮고 동시에 인접 도심을 시원하게 해 준다. 필자는 울산시를 대상으로 도시녹화에 따른 기온 감소 효과를 분석한 바 있는데, 녹지의 온도는 주변 지역보다 표면온도가 약 3도 정도 낮게 나타날 뿐 아니라, 녹지의 쿨링 효과는 녹지에서 최대 120m 떨어진 지점까지 유지됐다.
물론 땅값 비싼 울산에서 없던 녹지를 새로 조성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도심지 땅을 녹지를 바꾸기 어렵다면, 옥상을 녹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캐나다 토론토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도심 내 건물 옥상의 50%를 녹화할 경우 여름 기온 2-3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뉴욕시 환경부는 지자체 예산을 지원해 옥상녹화사업을 장려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뉴욕시 건물 옥상의 50%가 녹화되면 여름 기온이 약 1.4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녹색주차마을 사업이다. 녹색주차마을 혹은 담장허물기 사업은 본래 단독주택지의 좁은 가로에 주차된 차량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지의 담장을 허물고 대지 내에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필자는 최근 남구 옥동의 녹색주차마을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에 따른 표면온도 저감 효과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사업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주택지 가로 온도 하락 효과를 관찰했다. 가로 환경에서 가장 많은 열을 내뿜는 요소는 다름 아닌 주차된 차량이다. 좁은 가로에 주차된 차량은 한 여름 골목길에 틀어놓은 난방기와 같다. 이 차량들을 대지 내로 이동시키면서 도심 내 가로는 편안하고 안전해졌을 뿐아니라, 한 여름 무더위도 줄어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도시녹화사업, 옥상녹화, 녹색주차마을 조성 등 도시를 푸르게 가꾸는 사업은 애초에 도시 기온을 낮추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도심 내에 주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홍수 예방을 위한 불투수 면적을 증가시키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여름철 기온 상승에 대응해 도심녹화사업은 새로운 의미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도심녹화에 의해 낮아진 기온은 냉방에너지 사용 감소라는 또 다른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시카고 시청은 옥상녹화사업 이후 연간 400만원 가량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했으며, 옥상 녹화 1,000m²당 하루 평균 2kWh의 냉방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 달간 울산의 찜통더위는 지속될 것이고,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힘겨운 폭염이 찾아올 것이다. 울산의 기온을 1도 낮추기 위한 사업은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보편적 환경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조기혁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8월 11일 울산매일 17면에 ‘도시 기온 1도 낮추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