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쇼핑으로 장시간의 고민 끝에 티셔츠를 구매한 적이 있다. 회색이나 검은색이었으면 고민이 없었을 텐데 꽤 채도가 높아 보이는 보라색 티셔츠였다. 화면 상으로는 디자인, 색, 재질 다 마음에 드는데 실제 받았을 때 화면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를까 봐 고민이었다. 티셔츠라는 옷의 특성상 크기는 조금 크거나 작은 것은 괜찮을 것 같은데, 색이 과하게 튀는 색이면 반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송된 옷이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잘 입고 다니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정확한 색 정보를 알 수 있었다면 나의 고뇌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온라인 쇼핑몰의 사진을 실물과 똑같아 보이게 할 수는 없을까?
기술적으로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원본의 색을 정확히 표현하도록 컬러 보정을 해주면 된다. 영상 장비들의 컬러 보정 기술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이미 대부분의 카메라, 디스플레이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색이 안 맞는 이유는 물론 컬러 보정 기술의 성능 한계도 있지만, 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원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제품을 보는 환경은 집안, 백화점, 야외 등 굉장히 다양한 반면 카메라나 디스플레이가 구현할 수 있는 밝기나 색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즉 모든 환경에서 실제 제품과 동일하게 보이도록 영상장비들의 색을 표현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른 현실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영상 장비들이 정확한 색 재현이 아니라 사용자가 선호하는 색 재현에 더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사용의 대부분은 온라인 쇼핑보다는 동영상이나 사진감상이다. 영상에서 더 좋은 색감과 실물과 동일한 색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사진으로 보는 제품의 색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색차는 있을 것으로 감안하고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소비자의 내적 ‘허용 오차’는 제품의 종류, 가격, 개인차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소비자 눈 높이에 맞는 정확한 색 정보도 주면서 화질 또한 만족시키는 컬러 보정 방법에 대한 고민해야겠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4월 7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4)]인터넷 쇼핑으로 물건 색 고르기’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