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피처폰이 성행할 때 세계 3위를 하던 유망한 사업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15년부터 23분기 연속 적자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적자가 연속 18분기 이상 지속되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업경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목적이 확실하고, 인적자원이 풍부하며, 자본이 충분하고, 경영전략을 통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고, 이 네 가지를 통하여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결국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중단의 원인은 지속적인 자본 순환이 되지 않았고 아울러 경영전략의 실패로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아날로그 휴대폰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모토롤라와 GSM 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가 사업을 접었고 피처폰의 강자인 LG마저 사업을 접고 나니 이제 남은 것은 애플과 삼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폰만이 존재하고 이 시장을 놓고 중국까지 가세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마케팅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고가 폰부터 중저가 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재료, 부품, 모듈, 제조, 유통 세트까지 전방위적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는 소재 부품 장비를 발전시키겠다고 정부와 기업과 학계가 전력투구하는 상황인데 이 제품을 사용해 줄 세트사업이 없어지면 그 타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크다.
IT산업에서 휴대폰, 컴퓨터, 가전제품의 세트를 만들지 않는다면 소재, 부품, 장비, 모듈을 누구에게 팔 수 있을까? 국내의 기업에서 사용하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완벽한 제품이 돼야 외국회사들에게 수출이 이루어진다. 후방산업인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세트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LG휴대폰 사업은 세트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정부에서 나서서 공적자금도 투입하고 외국의 회사들과 협상하는데 이번에는 LG전자의 발표 후 아무런 대책도 없다. 만약 중국이나 일본이라면 별별 수단을 강구하고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휴대폰의 주요 부품인 디스플레이에서도 우리나라의 OLED기술은 세계 최고이다. 그런데 요즈음 중국이 정부주도로 급격히 투자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턱 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BOE는 중국기업이며 국영기업과 가깝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현대전자의 부도를 계기로 우리의 기술과 인력을 채용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생산업체가 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가 비슷한 길을 가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일본에서는 JOLED에서 우리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형(스마트폰용) OLED의 강자인 삼성과 대형(TV용) OLED의 강자인 LG의 틈새를 노려 노트북용, 모니터용 등 IT기기를 위한 중형 OLED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막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진다. 정부와 업계는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이자 리더 들이다. 누구에게 미루지 말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조금만 맞는 말이다. 실패를 경험하고 보완해 노력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누구도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기업의 성공에는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이외에도 세계적 추세, 시간적인 시기, 소비자들의 의식 등 많은 요인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 같은 민족인데 북한에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필자는 더욱 걱정되는 일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잘 나가는 삼성전자의 다음 혁신 제품이 무엇일까? 모양의 변화를 이끄는 폴더폰과 롤러폰 다음에는 질적으로 어떤 혁신제품이 있을까?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OLED 다음의 제품은 무엇일까? 혁신제품이 보이지 않는다.
애플과 같은 휴대폰을 만들면 중국에서 곧바로 따라올 것이고, OLED도 중국과 일본이 급하게 추격하고 있는데 진짜 혁신제품은 준비되고 있는지 전문가로서 정보가 없다.
정부에 제안하건데 현재 상용화된 형태가 아닌 혁신적 제품을 기획하고 연구 개발해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본 칼럼은 경상일보 2021년 4월 19일 14면 ‘[경상시론] 정부는 경제살리기의 주체가 되어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