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2020년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관측 이래 최저 수치인 19㎍/㎥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에는 황사경보와 더불어 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매우 나쁨’ 수준으로 시간당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75㎍/㎥ 이상인 상태가 전국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되는 최악의 대기질을 보였다. 중국과 몽골에서 시작된 황사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최근, 백신 접종 및 방역 대책에 따라 산업 및 소비 활동이 증가했고, 황사가 없는 날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인류 활동이 그 원인이다.
미세먼지 전문가들은 북서풍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황사 외에 2차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2차 미세먼지란,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 등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반응해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초미세먼지가 대표적이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 이하로 PM2.5로 표기하며, 폐 속으로 직접 들어가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가 심각했던 2020년 12월, 정부는 한 달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했고, 시행 전 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 기준 1만 982톤(44.8 %)을 저감한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소각장, 자동차, 선박 등과 같이 초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발원지의 운영 및 운행을 한시적으로 제한해 얻은 성과로, 여전히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굴뚝에서 배출되는 가스, 즉 배기가스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성분의 약 60%는 질소산화물(NOx)이 차지하게 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한다면 초미세먼지 발생의 상당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NOx는 연소 과정에서 질소(N2)가 산화되어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연소에 의존하는 현 에너지 인프라에선 NOx 발생이 불가피하다.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수소도 연소시키면 천연가스에 비해 연소 온도가 높아 NOx 발생량이 많다. 발생한 NOx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허용하는 수준까지 처리 후 대기로 배출하고 있는데, NOx를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환원처리하기 위해 선택적촉매환원법(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CR)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SCR은 고가의 촉매, 부대시설 등으로 설치비가 비싸고, 저온에서의 성능저하, 암모니아나 요소수 같은 환원제가 지속적으로 필요해 유지비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굴뚝이 있는 한 배출을 멈출 수 없고 건강에도 해로운 NOx, 새로운 미세먼지 대처법이 필요하다.
생활과 산업에서 전기를 모든 에너지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기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청정 전기를 활용해서 NOx를 고부가화합물로 전환하는 방안은 어떨까. 굴뚝에서 배출되는 NOx는 전자를 주고받는 활성이 높아,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서 NOx에 수소를 저장하면 암모니아(NH3)나 하이드록실아민(NH2OH)과 같은 그린 수소저장체를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비료, 화학산업에, 그리고 하이드록실아민은 플라스틱, 섬유산업에 대량으로 활용되고 있고, 특히 최근 수소의 장거리 운송을 위한 수소저장 및 운송체로 주목받고 있다. 굴뚝에서 배출되는NOx를 원료로 활용해서 질소계열의 고부가화합물을 생산한다면 미세먼지 저감과 수소경제 실현의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 산업인프라를 살펴보면 NOx를 활용해 고부가질소화합물 생산 및 활용에 적합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남구 소재의 정밀화학 사업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암모니아 저장 및 유통 인프라가 구축돼 있으며, 수소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車에선 암모니아에 저장된 수소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울산시에서 배출되는 NOx를 100% 활용한다면, 매년 3만6,000톤의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다. 울산시의 탄탄한 산업 인프라와 미세먼지의 원료 활용 NOx-to-고부가질소화합물 업사이클링 기술이 현실화 된다면, 미래 전기화 도시에 유용한 한 조각의 퍼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울산매일 2021년 4월 23일 14면 ‘[에너지칼럼] 전기화: 미세먼지 활용법’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