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날아다닌다고? 그러면 비행기랑 같은 거야?” “날아다니기도 하고 굴러다니기도 하는 자동차야” 어린 아이들이 플라잉 카(Flying Car)의 그림을 보면서 주고받는 대화를 들었다.
“그래, 미래에는 자동차와 비행기 그리고 변신하는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이동체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나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년 5월 12일에 UNIST 미래차연구소를 발족시키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참 빠르게 세월이 지나간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환경은 되지 않고 속알이를 하면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 외국의 소식을 들어보면 더욱 조바심이 난다. “일본에서는 올림픽 성화를 Flying Car로 봉송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대” “전 세계에서 Flying Car를 연구 개발하는 업체가 수백개가 생겼다고 그러대”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덜 되었는데….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우리도 반은 왔으니까 마지막 결승선에는 제일 먼저 도착해야 세계 일등이 되지. 뛰자! 열심히, 즐겁게, 그리고 잘하자!’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울산항에서 관광용 배가 해안을 돌아 태화강을 타고 대나무 숲을 지나면서 울산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배는 수소로 가는 배라고 한다. 수소를 충전해 전기로 바꾸니 무게도 가볍고 힘도 무척 세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양쪽을 보면서 강변으로 지나가는 수소 트램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역시 울산은 수소 도시로서 세계 일등이구나!’ 감탄을 하는데 강변도로에 다니는 차는 온갖 모양의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차 안에서는 사람들이 신나게 게임도 하고 차창에 비친 가상현실을 동반한 관광지와 유적지가 소개되니 어린 학생들은 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외친다. “와! 숙제 다 했다! 유적지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고 마치 내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니 숙제보다 열배는 더 많이 알았고 체험했네! 그런데 저기 배 한가운데에 있는 잠자리 같은 것은 뭐지? 드론처럼 날개가 여러 개 달렸는데” 이때 조금은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비행체가 뜨더니 영남알프스를 향해 날아가고 그 안의 몇 사람은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친다. “Flying Car를 타고 산 정상을 보고 내려올테니 1시간 후에 만납시다!”
“바다와 강, 그리고 육지가 연결돼 걸어 다닐 필요도 없이 모두 감상이 가능한 울산은 정말 발전의 속도가 세계 최고인걸”라며 관광객들이 감탄을 하고 있는데 이때 배 주변에 로봇 고래가 수십 마리 나타나더니 군집 쇼를 하는데 장관이다. ‘아! 아까 바다에는 진짜 고래가 쇼를 하더니 강이니까 로봇고래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구나’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가려고 이래 이제는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까 외국인이 반이 넘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많다. 역시 글로벌 도시가 된 울산은 앞날도 탄탄대로를 가겠구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는 연구원이 와서는 “소장님! 울산시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연구 성과를 알려 달라고 하는데 어찌할까요?”라고 묻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 됐다고 전해드려. 비록 내 상상속이지만 해상, 육상, 산악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이 완성됐으니까”
“그렇게 보고하면 실물을 보여달라고 할 텐데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을 했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니 함께 같은 꿈을 꾸면 실물이 보일 거야, 곧”
컴퓨터를 들여다보니 연구소의 조직도가 보인다. 아직 서비스 모델은 상상이 안되네. 그리고 미래차 디자인의 획기적인 모습도 부족하구만.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상상하지? 답답하다. 누구에게 물어볼까? 컴퓨터에서 인터넷 검색도 해봐도 내가 이미 본 것들 이외에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아인슈타인, 다빈치, 세잔, 피카소….
오라! 그 옛날 비행기를 설계하고 대포도 상상했던 특출한 사람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 사람은 굶어 죽는다는 팔방미인이면서 살아남은 역사적으로 희귀한 사람이다. 화가, 조각가, 음악가, 토목 기사, 예술가이며 과학자인 인물을 탐구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지도 몰라! 그런데 이 사람의 문제는 끈질기지가 못해서 완성품이 거의 없다. 그러면 더 좋다. 상상은 완성품이 아니라도 실마리만 주면 되니까. 한 달만 더 다빈치를 연구해서 내 상상력을 완성시켜야지. 조용히 서재로 가서 다빈치 코드라는 책을 꺼내 들고는 겨우 2장 읽고 꿈나라로 간다. 오늘은 어떤 기발한 꿈속으로 나를 데려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김학선 UNIST 미래차연구소장
<본 칼럼은 울산신문 2021년 5월 17일 14면 ‘미래차에 대한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