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간기 유럽에서 확산되고 결국 2차대전의 발발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파시즘은 여러 모순되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정의하기 쉽지 않다. 예일대학교 철학 교수 제이슨 스탠리는 파시즘이 이처람 명확한 실체 파악이 어려운 이유가 그것이 특정한 신념의 집합이 아니라 권력 획득을 위한 기술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파시즘도 공유하고 있는 특징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특정 인종이나 그룹이 공동체의 단합을 방해한다고 비난하고 공격함으로써 편견과 증오를 조장하는 것이다.
히틀러의 독일에서는 유대인과 함께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공산주의자 등을 공격했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에서는 시칠리아에 대해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파시즘의 정치 기술은 특히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더 쉽게 작동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자유라는 가치보다 자신들의 상실을 해결해주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더 원하게 되고 그러한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가 “진실”보다 훨씬 더 그럴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제 세계는 파시즘이 창궐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는 불안하고 정치는 갈등하며 사회는 분열적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차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약화되었던 이러한 흐름이 최근에 세계 곳곳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반이민,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등을 내세운 정치 세력들이 나타나고 세력을 확산해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에서 인종적, 종교적 소수자들을 탄압했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반이민, 반난민, 반무슬림 등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 정치에서도 포용보다 비난과 공격을 더 쉽게 볼 수 있고 그것들이 낳은 편견과 증오도 확산되고 있다.
파시즘의 발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시즘적인 정치가를 구별해내고 사회에 대한 진단을 해봐야 한다. 피해 의식을 조장하고 소수 그룹을 적으로 몰면서 비난하는 정치가, 자신의 신념 체계는 모호하면서 다른 정치가들에 대한 공격만을 일삼는 정치가, 공동체의 안위를 강조하면서 개인들이 자유를 희생하기를 요구하는 정치가들은 파시즘적 정치가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관점, 생각, 취향의 차이를 존중받지 못하고 사회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으면 파시즘이 확산될 수 있는 위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파시즘의 등장을 막기 위해서 각 개인들은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자기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또는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고 성향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왜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왜 그것들을 수용하게 되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파시스트 정치가들이 만들어 낸 적들에 대한 비난이 불편해지게 되고 그들이 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서 공존해야 하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파시스트들이 제시하는 이분법적 세계관보다 실제 세계가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만들어 낸 가짜 뉴스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 힘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개인의 노력으로 거대한 사회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백신의 집단 면역처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파시즘이라는 병균의 확산은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조교수
<본 칼럼은 2021년 6월 28일 전북도민일보에 ‘지금 세계는 파시즘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