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기말고사 기간이다. 과학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을 옆에서 보니 모처럼 엄마가 아는 척을 할 만한 주제인 사람 눈의 구조와 기능, 시각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빛이 눈에 들어오면 홍채의 크기를 조절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 초점거리를 조절한다. 이렇게 조절된 빛은 각막, 수정체, 유리체를 지나 망막에 도달하게 되고, 망막에 있는 시세포에서 빛이 흡수돼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는 것이 주 내용으로 망막에는 ‘맹점’이 존재하며, 맹점에는 시세포가 없다는 것도 설명이 되어 있다.
시세포가 없으면 우리 눈이 그 위치의 시각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니 눈은 뜨고 있으나 보지 못하는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우리 눈에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특별한 상황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면 우리 눈의 맹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맹점 테스트 등을 검색하면 다양한 방법이 나오는데 기본 원칙은 한쪽 눈을 감고 특정 위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원래 보여야 할 것이 안보이거나 (점이 있는데 그냥 흰 배경으로 보인다거나), 원래 없는데 있는 것으로 보이는 (원래 끊어진 선인데 이어진 선으로 보이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곳이 바로 우리 눈의 맹점의 위치다. 이는 시각 정보가 없는 영역을 우리의 뇌가 알아서 주변 정보를 이용해 채워 주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맹점’ 때문에 그냥 못 보는게 아니라 잘못 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의 시각 시스템은 이 ‘맹점’을 아주 현명하게 해결하고 있다. 먼저 두 눈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한쪽 눈의 맹점 위치의 정보는 다른 쪽 눈에서 얻을 수 있으며, 끊임없이 초점을 바꿔가며 다양한 방향에서 시각 정보를 얻어 정확한 정보를 추출해낸다.
사실 ‘맹점’이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몰랐던 잘못된 점을 의미한다는 면에서 사람 눈의 맹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의 뇌가 그러하듯 맹점을 보완하려면 동일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 분석해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7월 7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7)]맹점:못 보는 것과 잘못 보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