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대학은 건강한 사회 유지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 끊임없이 발전적 교류를 일으키며 사회와 기업, 후대에 필요한 기술과 성장동력을 생산하는 사회의 성장판이다. 그래서 카네기, 록펠러, 스탠퍼드, 홉킨스 같은 미국의 초기 산업자본가들은 거액을 대학에 기부하거나 직접 대학을 설립했다. 그 덕분에 유럽이 쇠락의 길을 걷는 동안 신생 미국은 세계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들은 경험을 통해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가장 확실한 투자처는 교육’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대학은 세대가 교차하면서 지식과 삶의 방식을 전수하고 새로운 시대를 싹틔우는 곳이다. 때문에 대학에 기부하는 발전기금은 그 싹을 거목으로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세계적인 대학들은 한결같이 건전한 지배 구조, 튼튼한 재정, 그리고 우수한 인재 유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류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리더십과 든든한 재정을 바탕으로 세계의 우수 인재들을 모아 세상을 구할 혁신 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가 노벨상 수상이라는 값진 열매인 것이다.
유니스트는 2009년 개교하여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대학’이란 비전과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 세계 최고 과학자 2명·글로벌스타 과학자 10명 배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12년 동안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2021년 유니스트는 신흥대학평가 세계 10위, 라이덴 랭킹 국내 1위, 교수 1인당 피인용지수 국내 1위라는 괄목할 연구성과를 내며 세계 유수 연구중심대학 반열에 올랐고, 다른 한편으로 1개의 상장기업을 포함, 120여 개의 창업기업을 배출하고 70여 건의 기술을 이전해 연구개발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책무도 충실히 이행했다.
다행히 유니스트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학교 발전을 위해 지난 10년간 총 1,765억원을 지원했다. 유니스트는 그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의 발전기금이 없었다면 유니스트의 폭풍 성장을 견인한 융합연구원 운영도, 세계적인 석학 초빙을 통한 IBS 캠퍼스사업단 3개 유치도, 피인용지수 1위의 우수 연구논문 탄생을 도운 우수한 연구인력 유치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장비 도입도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
과거 스위스의 취리히 공대와 로잔 공대가 그랬던 것처럼, 유니스트는 2030년까지 울산을 포함한 우리나라 동남권 지역을 걸출한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최신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을 선도하는 연구소들이 줄을 잇는 ‘글로벌 연구 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지난 12년은 유니스트라는 스포츠카를 트랙에 올려놓는 시간이었을 뿐, 경주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유니스트가 이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아니 적어도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완주하기 위해서는 이제 막 예열을 끝낸 파워트레인에 충분한 연료를 공급하고 때맞춰 타이어도 바꿔줘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온 마을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보살핌이라는 뜻일 것이다. 하물며 세계적인 대학을 키우는 일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유니스트가 지금 꿈꾸고 있는 ‘글로벌 연구 클러스터’는 그저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유니스트 구성원들의 열정과 패기, 정부와 지자체의 물심양면 지원, 그리고 울산과 동남권의 기업, 주민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애정 어린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모이면 혹시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 유니스트에 ‘키다리 아저씨’가 필요한 이유다.
장부찬 유니스트발전재단 사무국장
<본 칼럼은 2021년 7월 23일(금) 울산신문 22면 ‘유니스트의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