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관련 국내시장 규모도 3조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펫콕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숫자를 보면 역시 반려견이 으뜸이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키우는 반려견은 인간과는 다른 시간체계를 가지고 있다. 발표된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보면 반려견의 1시간은 인간의 6시간 정도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평균수명에 비해 6분의 1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가구에서 기르는 반려견의 경우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그로 인한 외로움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반려견이 매우 많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방법으로 장난감을 개발해 공급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TV에서는 반려견을 위한 채널도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눈과 반려견의 눈이 같다면 이러한 방법은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반려견 또는 반려묘의 눈은 인간과는 다르다. 연구가 많이 진행된 반려견의 눈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몇 가지의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명암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사람의 눈은 반사된 빛을 흡수하는 구조임에 반해 반려견은 휘판(Tapetum)이라는 반사체를 가지고 있어서 훨씬 더 밝게 보인다. 따라서 인간에 비해 약 3분의 1 정도의 밝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또 인간에게도 색맹, 또는 색약을 가진 경우가 있는데 반려견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적록색약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빨강과 녹색의 구분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흰색, 검정, 청색에 대해서는 분별능력이 있다.
동체시력은 인간에 비해 최소한 두 배 이상 좋다. 이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인간의 경우 1초당 24장 정도의 그림을 받아들이면 연속된 영상으로 보이는데 반려견의 경우에는 최소한 48장 이상이 돼야 동영상으로 인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구결과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체시력의 경우 인간에 비해 2~4배 정도의 능력이 있다고 한다.
사람은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거리가 7㎝정도인데 비해 반려견의 경우 30~50㎝밖에 안돼 가까운 거리에서는 매우 흐리게 보인다. 근시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시야각의 경우에 인간이 180도 정도인데, 개는 220도~290도로 매우 넓다. 이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서도 볼 수 있는 영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반려견의 집중시간은 비교적 적다. 사람이 1시간 동안 TV를 보는 것은 개에게는 6시간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간 중간에 집중력을 위한 방법론이 필요할 것이다.
반려견을 위한 전용 디스플레이(Display)도 필요하다. 밝기의 조절, 색깔의 조절, 동체시력에 맞는 주파수, 근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광시야각을 위한 기술등이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지면 반려견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사람이 사물을 보는 높이와 반려동물이 보는 높이가 다르다. 많은 콘텐츠들을 보면 사람의 눈높이에서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의 제작에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인간의 관점이 아닌 반려동물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결해 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혹자는 인간끼리도 잘 화합하지 못하는데 반려동물에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 야생을 길들여서 함께 살며 누려온 이익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제는 인류의 생존목적이 아닌 함께 살기위한 목적으로 키우는 반려동물, 단순히 인간의 삶에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 어쩌면 더 가까운 존재가 된 반려동물에 대한 연구와 이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반려동물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인간의 입장이 아닌 반려동물의 관점에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본 칼럼은 경상일보 2021년 7월 26일 14면 ‘[경상시론] 반려견에도 시청권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