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나 치료제가 갑자기 힘을 쓰는 획기적인 상황변화가 있기 전에는 코로나 시대가 일상이 될 것 같다. 과거 2년 전까지는 미세먼지 사태가 우리 일상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경험도 있다. 두 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과학·기술 기반의 지식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했던 전 세계적 또는 국가적 위기가 닥쳐올 때, 우리는 그간 축적되었던 과학·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공동체 붕괴를 막는 해법을 찾아내었다. 이러한 상황에선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신속한 대응체계를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그간 눈부신 진보를 거듭해온 과학·기술적 결과물이 단시간 내에 당면한 문제의 맞춤형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 즉 시간 지연 문제가 또 다른 어려움이다. 최적의 해결 방안 또는 대책이 적시에 제공되지 않으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당장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다.
작년 3월 코로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던 즈음, 뉴스위크(Newsweek) 지(紙)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의한 초과사망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880만명에 육박하며 이로 인한 기대수명의 감소가 약 3년이며, 특히 동아시아는 4년으로 흡연에 의해 감소되는 수명인 2년보다 위해성이 훨씬 크다는 보도였다. 그래서 해당 기자는 이런한 현상을 ‘대기오염 팬데믹 (air pollution PANDEMIC)’ 사태라 명명하기도 했다. 한편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문제와 사회통합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해 가장 높은 국민불안 지수를 나타냈는데 이는 경기침체, 고령화, 북핵 문제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현재는 코로나 사태가 모든 것을 압도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과연 어떻게 환경문제, 극히 과학·기술적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가 국민적 불안으로 바뀌고 더 나아가 사회통합을 저해할 위험 요소가 되었는가이다. 우선 과학·기술적 지식의 축적이 해당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충분치 않았다. 즉, 연구개발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 소홀했다는 말이다.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전국을 휩쓸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피해가 산더미처럼 커지고 난 다음에야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연구개발에 예산을 투입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심각한 시간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부정확한 또는 모호한 정보들이 매스미디어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국민 불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른바 ‘사회적 공황 (panic)’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이름만 바꿔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나마 초기 진단키드 보급 및 확진자 역학 조사 상황 정보의 투명하고도 신속한 대처로 이웃인 일본이나 다른 나라가 겪고 있는 공동체 붕괴 상태로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백신 수급 문제, 접종 예약 시스템 문제 등에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과학·기술 기반의 해법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통합적이고 다 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보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현실에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각 단계별 정확하고 투명한 그리고 신속한 정보의 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소위 ‘가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사회문제화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사태보다 공동체 유지에 더 무서운 바이러스는 집단적 패닉 현상이다. 일상이 위태로운 오늘 우리의 공동체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그간 쌓아온 과학·기술적 자산과 현명한 집단지성의 힘이 절실한 때이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1년 8월 18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 팬데믹 시대에 공동체 유지하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