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정책발표도 많이 하고 상호 비방도 많다. 자기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니 민주주의의 다수결 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대체로 과거에서 현재로 옮겨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내부적 과거와 친일에 대한 대외적 과거에 매몰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검증이라는 목적하에 과거의 행적을 가지고 서로 비방하고 파헤치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철학과 소신, 행적을 통해 대통령이 될 만한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의 리더는 누가 되더라도 혼자서 모든 분야를 잘 할 수는 없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없다. 전문 분야라 하더라도 혼자의 생각이 항상 옳지는 않다.
현재의 시각으로만 보면, 지도자의 최대 자질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합리적 결정이 이행되도록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그런데 시각을 미래로 돌려보면 현재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의 정책이나 말들이 너무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최고국가가 되기 위해 임기 내에 국가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30년 후의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45년 후 인구 감소에 대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며 예측할 수 있는가?
현실적인 문제로,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의 기본적인 제활을 위해서는 의·식·주(衣·食·住)가 필요하다. 경제 발전으로 인해 입고 먹는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지만 주거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10년 동안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다고 했으나 요즈음에는 10년 동안 번 돈을 모두 모아야 전세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변했다.
정부에서는 청년주택, 행복주택 등의 이름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그 이유는 이러한 문제를 정부에서만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자식들에게 집을 한 채 사주고 싶어도 증여세, 상속세로 인해 망설이게 한다. 미래의 세대를 위하는 일을 정부에서 다 하겠다는 생각이 편협하지 않는가? 개인과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도를 정해주고(예를 들어 국민주택규모, 5억원 이하 등)자유롭게 풀어주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될 것이다. 가정형편상 불가능한 경우에는 정부가 나서면 된다. 감히 제안하건데 1자녀 1주택의 경우에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폐지하는 정책을 공약하는 후보가 나오길 바란다.
시각을 미래로 돌리면 인구 절벽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부터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평균적으로 5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보고가 있다. 과거에는 아이는 가족이 키우고 온 동네에서 키운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에게만 오롯이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 주택난에 아이까지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들지만 자신들의 일에도 많은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의 역할이 중대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공적 개념에서의 육아가 필요한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행복하고 미래도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게 되고 인구 절벽도 해결되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67년에는 3929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한다고 예측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젊은이의 비중보다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 국가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인구 감소를 막고 자녀 키우는 행복을 위해 포퓰리즘적인 복지는 모두 중단하고 그 재원으로 육아 수당을 신설하자.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가 없는 발전을 이룩해 현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발전했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되었는데 45년 후의 우리나라는 과연 지속성장이 가능하고, 살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시각을 더 넓혀서 현실적인 주택문제와 미래의 국가 존망을 결정하는 인구 문제에 대한 확실한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지향적인 논쟁보다는 대한민국의 일류화를 위한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로드맵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로드맵은 실천방안이 구체적이어야 그 의미가 있다.
김학선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래차연구소장
<본 칼럼은 2021년 8월 18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 팬데믹 시대에 공동체 유지하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