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노화하고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죽음도 당연한 우주의 이치가 아니다. 노화와 죽음이 당연한 것이라면 암에 걸리면 고치지 않고 죽으면 되는데, 우리는 어떻게든 병을 고치려 한다.
현대 과학은 드디어 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 생명개체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조절하고, 연장할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종의 진화와 개체의 진화 관계에서 특별한 이정표이다. 노화 극복은 인류사의 가장 중요한 과학 혁명이다.
극노화는 항노화와 역노화를 합친 말이다. 항노화는 수동적으로 노화를 방지한다는 뜻이다. 역노화는 노화를 거꾸로 가게 하는 것으로, 항노화와 원리가 다르다. 노화를 늦추면서, 건강히 오래 살다 죽겠다는 것은 항노화이다. 인간은 어차피 죽는 존재이기에, 항노화만 잘 해도 좋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에 반해 역노화는 인간을 운명이 아니라 조절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본다는 뜻이다. 극노화는 이 둘을 다 포함하여 노화 현상을 완전히 조절하고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극노화는 극죽음을 뜻한다. 죽음은 노화의 연속성에서 극한 상황의 하나일 뿐이다. 극노화기술은 인류가 번식하는 방법까지도 바꿔 버리게 될 것이다. 20년 뒤인 2042년경이면 인간이 극노화의 1단계 이정표인 노화의 정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극노화의 밑바닥은 정보과학이다. 생물학적으로 정보처리학적으로 생명 현상의 극한 컨트롤의 학문이다. 오래사는 게 역점이 아니라 인간이 철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물리·수학적으로 늙어가는가를 그 근원을 완벽히 밝혀내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극노화 학문을 필자는 노화체학 (Geromics)이라는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의 일부로 정의한다. 영어의 ‘Gero’는 그리스어의 ‘늙는다’는 뜻이고, ‘omics’는 ‘정보학문’을 뜻한다. 시스템·정보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뜻이다.
극노화의 핵심은 두 개다. 하나는 게놈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다. 세상에서 가장 큰 빅데이터인 게놈 빅데이터를 생산, 처리, 분석하는 것은 세포 내 노화의 기작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필수이다. 컴퓨터는 이런 모든 지식과 처리를 자동·체계화하여, 지속적으로 더 정밀한 극노화를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유전학 생리학 환경학 등 모든 생물학의 구심점은 생명 현상의 시간 속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것의 법칙이 진화(evolution)다. 인류도, 개인도, 세포도 진화한다. 기후도, 인간의 도시도 진화한다. 이런 진화에서 인식의 주체인 인간이 하는 모든 생물학은 결국 한 생물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암이나 치매, 심장병도 결국은 노화현상이고 암을 치료하는 것도 노화를 치료하는 일부이다.
30년 전에 노화를 치료한다고 하면 흔히 사이비과학자로 봤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노화는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과학자는 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매도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노화는 만병의 근원이고, 본질적으로 인류가 가진 모든 사회 정치 경제 문제의 근원이다. 과거 인간은 완벽한 세계를 천상 신들의 세계로 상상했다. 궁극적으로 수많은 고통과 절망과 슬픔이 노화하고 죽는 데서 온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현실인 천국을 만들고 그곳에서 영원히 사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을 만들었다. 인간이 노화를 극복하는 게놈을 연구하고, 게놈을 조작하는 것을 가지고, 서구의 종교적인 시각에서 신의 놀음(playing god)을 한다고 한다. 노화 극복 기술은 신성한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신의 세계를 현실화하는, 인간 본질 중 가장 본질적인, 자가피드백 회로 조절을 통한 생명현상의 광대한 우주로의 확장 방법의 하나이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생물학적인 행위가 극노화이다.
박종화 클리노믹스 기술이사·유니스트 교수
<본 칼럼은 2021년 10월 5일 국제신문 22면 ‘[과학에세이] 노화의 해킹이 미래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