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가르치는 수업 중에 ‘감성 공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감성 공학이란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소비자가 느끼는 감성을 알아내는 공학적인 기법을 의미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본인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주제를 선택해 감성공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감성공학 기법을 배우게 되는데, 학생들이 선택하는 주제 중 상당 부분이 색채를 포함한다. 예를 들면 화장품 색 혹은 책의 표지 색이나 가구의 색과 감성의 관계 등과 같은 주제를 선택하곤 한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색채가 감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반영하는데 실제 색채 과학 분야에서 색채 감성 연구는 주요 연구 토픽 중 하나이다.
필자의 연구 분야인 색채 과학만큼이나 감성 공학이라는 단어 또한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감성’이라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느낌을 과학 혹은 공학의 분야와 연결시키는 것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색채 인지가 그러하듯 감성도 실제 사람들 간에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색채 감성을 연구할 때에는 감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용사를 이용해 실험을 하는데 “이 색을 보면 ‘가벼운’ 느낌이 드나요 아니면 ‘무거운’ 느낌이 드나요? 그 정도를 강도로 표현해주세요”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낸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색들을 모니터 혹은 종이에 보여주며 각각의 색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형용사 쌍을 이용해 평가하게 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을 해 가장 기본이 되는 감성들을 추출해낸다.
전세계 여러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를 보면 문화나 연령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성 특징이 있는데 예를 들면 빨간색은 ‘따듯한’ 느낌을, 파란색은 ‘시원한’ 느낌을 주고, 밝은 색은 ‘가벼운’ 느낌을, 어두운 색은 ‘무거운’ 느낌과 연결이 된다. 반면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유니스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색채 감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들을 보면 ‘남성적’이라는 감성은 ‘시원한’이라는 감성과 같은 의미로, ‘여성적’이라는 감성은 ‘따듯한’이라는 감성과 연결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해외 연구를 보면 ‘여성적’-‘남성적’이라는 감성은 ‘가벼운’-‘무거운’ 느낌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10월 6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10)]색채 감성’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