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와 카메라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때까지 카메라로 촬영된 다양한 영상들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스플레이에서 보는게 우리들의 일상 생활이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모두 기본적으로 빨강(R), 초록(G), 파랑(B) 세가지 색 신호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외부의 빛을 흡수해 RGB 신호를 만들어내고, 디스플레이는 RGB 세 종류의 빛을 적절한 비율로 합해 다양한 색을 재현해내는 기능을 한다. 이때 카메라가 만드는 RGB와 디스플레이가 출력하는 RGB는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필자와 같은 색채과학자들이 물리적 특성이 서로 다른 영상 장비들 간에 동일한 색을 구현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모두 동일한 형태의 함수로 색 예측이 가능하다. 즉 화질 향상 기술면에서는 카메라에 적용될 기술과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기술 간에 형태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기술의 형태가 유사하다는 것이지 동일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메라는 입력장치라는 물리적 특성, 디스플레이는 출력 장치라는 물리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차이를 반영하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여러 회사의 엔지니어들과 산학 프로젝트를 하는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색채 과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잘못 적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카메라 RGB를 마치 디스플레이 RGB인 것처럼 생각하고 엉뚱한 데이터를 분석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학생들은 물론 처음 접하는 지식이라 틀린 내용은 왜 잘못된 것인지를 배우면 되지만,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며 컬러 처리 기술에 대한 경험을 쌓은 소위 전문가들이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 여러 번 반복 설명을 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의 오개념을 바로잡지 못하다 보니 프로젝트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만 세지고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니 나 또한 나의 좁은 전문지식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11월 3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11)]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