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이 발표됐다. 여기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근간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기반 발전 확대를 포함하는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까지 공개되자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수소·암모니아 발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넘어 황당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필자 역시 몇 해 전 학회에서 이와 관련된 발표를 처음 접했을 때 거의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산업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고가의 원료를 연료로 사용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던 필자는 그 답을 전원 믹스와 전력망 구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을 기준으로 현재의 전원믹스와 2050년 전원믹스의 가장 큰 변화는 재생에너지의 급진적 도약과 탄소 전원의 퇴출을 들 수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필수 불가결한 수단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736~890 TWh(테라와트시)의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들어온다 치더라도 자체 투자 보다는 부수적인 백업설비(ESS), 계통보강(연계 및 관성 보강)에 더 큰 공적 투자가 필요한 역전 현상이 발생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누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있었나. 바로 안정성이 담보된 전원 즉, 운영자 의지에 따라 전원을 켜고 끄고 출력을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는 화석연료 발전시스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탄소배출이 동반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다시 바꾸어 생각해보면 탄소배출만 막을 수 있다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화석연료를 저탄소 연료로 대체하는 수소·암모니아 발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럼 과연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주어진 시간 내 제대로 개발돼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술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수소·암모니아의 혼소 또는 전소기술은 큰 의미에서 보면 기존의 보일러나 가스터빈의 연료전환 프로젝트 정도로 이해하면 큰 오류가 없을 듯하다. 세계최고 수준의 발전용 보일러와 가스터빈 국내기술을 바탕으로 연료 특성을 반영한 기기의 개조가 차질없이 진행 되리라 예상된다. 설사 우리의 기술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해외 여러나라의 선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충분히 목표 시점까지 필요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소나 암모니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 또한 간과 할 수 없는 변수인데, 우려 만큼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판단된다. 암모니아의 경우 1909년 프리츠 하버가 실험규모의 인공합성을 시작하여 상용화된 이후 110년 이상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충분한 안전장치와 취급절차, 법규 등 다양한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연료로서 암모니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동반 된다면 막연한 두려움은 안심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형 전력망을 갖고 있는 일본, 대만, 한국은 물론 현재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IEA 보고서에서도 발전분야의 에너지 전환에서 수소·암모니아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의 EPRI, GTI, 일본의 JERA 등은 구체적인 연구개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예전의 프레임으로 기술을 평가 한다면 당연히 불가능하고 허황된 망상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후손의 내일이 달린 문제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1%의 가능성만 있다 해도 말이다.
유춘상 UNIST 기계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1년 11월 26일 머니투데이 4면 ‘새로운 희망, 수소 암모니아 발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