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혁신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생성장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 화두로 설정하고 경제 정책을 집행해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었고,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마다 지역특화 전략산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사업화를 통한 창업 및 기업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었다.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박근혜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하신 가운데 지난 7월15일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울산시는 현재 수립중인 2030년 울산도시기본계획(안)에서 창조도시 울산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히 창조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개념과 실체가 모호하다 비판받는 창조경제는 차치하더라도 창조도시란 과연 무엇이고 창조도시 울산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에 의해 1980년대 후반 처음 제시된 창조도시라는 개념은 2002년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의 ‘창조계급의 부상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도시정책의 슬로건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창조계급이란 창의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문화예술인 뿐 아니라 건축, 공학, 디자인, 교육, 스포츠, 미디어 등 다양한 직업군을 포함한다. 창조도시는 창조계급이 거주하기를 선호하는 도시로 볼 수 있는데,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요건으로서 3T, 즉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포용성(Tolerance)을 제시한다. 특히 더 많은 창조계급을 도시로 유인하여 지역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도시의 포용성을 강조한다. 포용성은 성, 인종, 직업, 문화 등이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수용과 이해, 사회적 다양성,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 등을 의미하며, 포용성이 높은 도시로 창조계급이 유입되고 창조계급이 혁신에 기여함으로써 도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는 도시의 포용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도시 내의 동성애자, 보헤미안, 외국 출생자 인구를 삼을 정도로 다양성에 대한 수용을 강조한다.
플로리다의 창조계급, 창조도시 이론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있고 한국의 경제 및 도시 맥락에 맞게 수정되어 적용되어야 하겠지만, 창조도시 구현을 계획 중인 울산이 창조적인 전문지식인과 예술가들의 정주지로서 얼마나 포용적인 도시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토착인구 비율이 2000년에 비해 1.2%P 증가한 47.4% 수준이라고 한다. 한 때 80%를 넘었던 외지인 비율이 점차 감소하여 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다른 광역시에 비하면 외지인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도시이며, 산업화 과정에서 외지인들을 수용한 경험이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서비스업의 성장세 또한 뚜렷하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노동시민사회의 높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구, 광주 등 타 지방광역시에 비하여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이주해오고 있고, 유니스트로 연구인력이 유입되는 등 외지 인력의 울산 이주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울산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여 울산사람으로서 지속적으로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도시 울산의 포용성을 점검하는 좋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관습 속에서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지인들, 특히 기존의 주민들과 가치관, 문화, 직업, 생활양식 등이 다른 사람들을 환영하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많은 노력을 요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여 다름에서 오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을 혁신과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하여 민관이 하나 되어 준비한다면 창조도시 울산의 미래는 더욱 밝지 않을까?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9월 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조도시 울산의 과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