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색인지에 대해 연구를 하려면 사람이 보는 색을 숫자로 표현하여야 한다.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는데, ‘정신물리학’이라는 분야에서 개발된 실험 기법을 사용한다.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란 물리적인 자극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감각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알아내는 연구 분야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밝기에 대한 인지값을 알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자극을 보여주며 밝아 보이는 정도를 숫자로 이야기하게 한다. 이때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색을 기준점으로 제시해주며, 이 기준색의 밝기가 ‘50’이라고 할때 테스트 컬러의 밝기를 숫자로 말해 달라는 방식으로 실험을 한다. 혹은 서로 밝기가 다른 자극을 보여주며 어떤 자극이 더 밝아 보이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실험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신물리학 실험은 어떤 색으로 보이는가 뿐 아니라 화질 연구에도 활용된다. 두 종류 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영상이 더 좋아 보이는지 혹은 더 밝아 보이거나 선명해 보이는가를 응답하게 하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영상에 대한 컬러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정신물리학 실험은 다양하게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 접하는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실험 디자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또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하는 응답값들을 객관적인 인지값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 개개인의 데이터를 보면 편차도 크고 반복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모아보면 그 평균값은 상당히 일정하게 나온다.
기존 실험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색에 대해 연구하는 방법 또한 진화하고 있다. 아직 연구 초기단계이기는 하나 생체 신호 혹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응답 뿐 아니라 뇌파, 동공의 크기 변화와 같은 생체 신호를 해석하여 인지 특성을 알 수도 있고, 다양한 종류의 복잡한 색채 관련 데이터들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할 수 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색채 과학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모든 학문 분야에서 좋은 연구를 위해서는 새로운 학문과의 지속적인 융합 연구가 필요하다.
곽영신 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12월 8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12·끝)]색에 대해 연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