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코로나와 기후변화라는 대형 악재들로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울산의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 수도 울산이 가까운 미래에 탄소중립의 달성이라는 큰 장애물을 넘어야하는 상황이고, 침체된 국가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 울산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정부는 지난 2015년 3D프린팅 산업을 울산의 ‘지역전략산업’으로 지정을 하면서, 우리 울산은 3D프린팅 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해 왔다. 2015년부터 6년간 UNIST 가 주관으로 선정돼 수행한 ‘3D프린팅응용 친환경자동차부품 R&BD’ 사업은 울산에서 시작한 첫 3D 프린팅 관련 대형 정부 사업이었으며, 짧은 시간에 3D 프린팅 기술의 불모지였던 울산이 대표적인 3D 프린팅 산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촉매제가 됐다.
3D프린팅 기술은 그 기술 자체로서 시장성 보다는, 수요산업과 시너지를 통해 폭발적인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울산지역은 3D프린팅 산업 그리고 관련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울산의 제조업은 지난 수 십년동안 국가와 경제를 책임지고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했다. 하지만,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모빌리티 스마트 제조로 바뀌고 있고, 규모 위주의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 제조업으로 변화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제조업도 점점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형태로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이 발빠르게 3D프린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으로 2020년 드디어 지역의 숙원이던 UNIST ‘3D프린팅 융합기술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의 결실로 테크노산단 UNIST 부지에 2022년 초 센터의 착공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친환경 3D프린팅 기반 양산공정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가 기대된다.
지난 7월 울산의 대표 3D프린팅 기업 ‘㈜3D팩토리’는 산업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 현대자동차, 아진산업, 삼양사,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그리고 UNIST 가 공동으로 ‘미래차 가변 플랫폼 대응을 위한 탄소연속섬유 인라인 3D프린팅 기술 개발’을 위해 뭉친 것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기관, 대학으로 이르는 모든 공급망에서, 그리고 설계, 소재, 공정, 양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100% 국산화 3D프린팅 기술 개발 및 적용을 통해, 기존의 대량 생산형 자동차 부품을 초경량, 고강성, 친환경, 다품종 소량 양산 방식으로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는, K-3D프린팅 기술이 친환경 모빌리티 부품 양산에 적용되는 첫 번째 시도이자,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한국형 3D프린팅 제조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의장께서 4차 산업혁명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중 하나가 3D프린팅 자동차가 양산돼 도로를 누빌 때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울산광역시 조원경 부시장님께서 저술하신 ‘NEXT GREEN REVOLUTION’ 은 최근 필자가 매우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탄소 시대의 종말과 함께 인류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의 대 전환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물건이나 서비스를 창조 및 소비하는 방법과 철학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울산의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조’하는 방법이 필요함과 동시에 생산 방식에 일대 혁신, 즉, ‘GREEN REVOLUTION’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제조 혁신의 시작은 바로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의 중심이고,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유례없는 제조업의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분명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제, 울산의 제조업은 ‘NEXT GREEN REVOLUTION’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어쩌면, 최근에 겪은 제조업의 위기는 이미 시작된 혁신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성장통을 겪는 과정일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울산이 내세울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과 산업 기반이 제조 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 현장에 적합한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 및 응용하고, 이를 통해 한국형 K-3D프린팅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면, 2050년 탄소 중립 시대는 울산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남훈 UNIST 3D프린팅 융합기술센터장
<본 칼럼은 울산신문 2021년 12월 13일 14면 ‘탄소 중립 제조 혁신 시작하는 3D프린팅의 도시 울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