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라는 익숙한 단어가 있다. 마케팅 포함 세상의 온갖 징표를 이야기할 때 쓴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윗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행복과 가치 소비에 진심인 편이다.
디자인 쪽인 필자도 MZ세대를 연구하는 다양한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고, 또 하는 중이다. 연구할 수록 재미있는 것은 MZ세대가 하나의 타깃이라기보다 시대변화를 구분하는 틀이라는 점이다. MZ라는 겉포장을 뜯고 들여다보면, 포함대상이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다. 10년마다 변하는 강산이 두번 바뀌는 20년 넘는 격차를 퉁쳐서 하나의 세대로 규정하고 있다. 타깃이 너무 넓다. 사용자 그룹의 특징으로 제품-서비스를 디자인하는데 20년 넘는 사용자 폭은 그룹핑이 안된다. 그래서 필자는 MZ를 다시 구분한다. 20대, 30대, 40대로 사용자를 세분해야 특징이 파악된다. 여기에 실체가 있다. MZ라는 구분은 단순한 세대 지칭이 아니라, 사회 주류인 20, 30, 40대를 그 이상과 구분하는 통칭이다. 50대 이상은 반대로 디지털환경이 거북하고, 개인보다 가족, 공동체의 행복을, 가치보다 명목소비를 추구하는 세대로 규정된다. 이제부터 미래를 구축하는 세대와 이제부터 운동장을 물려줄 세대로 이분하는 기준이 MZ다. 세대의 변화이자 시대의 변화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단순한 신호변경이 아니다. 이전에는 개입할 수 없었던 입력과 출력 사이의 과정을 프로그램하는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부터 메타버스는 물론 자율주행을 비롯한 수많은 시공간 연결환경까지 모두 프로그램 가능한 디지털기술이다. 화석연료에서 전기, 수소로의 인프라변화도 많은 사람들은 표면만 본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변화가 아니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시대변화에 수반되는 한 과정이다.
디지털에 익숙하다는 개념이 이제 조금 새롭게 느껴지는가? 단순히 최신 스마트폰 잘 다루고, 동영상과 SNS에 친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시공간이 연결된 프로그램환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하고 먹고 마시며 즐긴다는 뜻이다. 여기저기 디스플레이 깔고 뻔한 서비스 연결하면서 디지털이요 스마트요 외치는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요즘 젊은이들은 성질이 급하고 버릇이 없다는 말은 고려시대 고문에도 등장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윗세대의 아래세대에 대한 푸념이랄까? 21세기 MZ세대만의 특성이 아닌 ‘언제나’젊은이들의 본능이다. SNS에 표현되는 취향은 굉장히 직접적이다. 올리는 이는 이미지 컷과 해시태그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보는 이는 5초 이내에 즉각적인 좋아요를 누른다. 올드세대 기준으로 보면 보통 성질 급한 것이 아니다. 사진 덕지덕지 올리고, 스크롤 내려가며 읽게 만드는 구구절절 사연들로 가득한 페이스북은 어느새 꼰대 노인정으로 낙인찍혔다. 이 현실을 긍정 부정으로 편가르기가 중요한가? 아니다. 즉각성을 요구하는 시대의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명확성을 가지는 가다. 디자인의 대상이 제품이든 정책이든 그 어떤 시스템이든 사용자에게 5초안에 좋아요를 받아야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다. 포즈를 바꾸고 온갖 필터를 얹는 MZ의 진지한 사진찍기와 작명센스는 새로운 소통이지 한심한 허세가 아니다. 퍼온글이나 초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SNS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마시라.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까. 세대의 변화는 연속성, 시대의 변화로 보면 이해가 쉽다. 1960~1980년대 교육을 거쳐 획일적이고 빨리빨리, 즉각성을 요구받은 기성세대의 자녀가 오늘날 MZ세대 아닌가? 산업화를 통한 물질적 풍요는 중진국 이상 대부분의 세계가 공유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우리만의 특수성도 아니다. 옳다 그르다 좋다 싫다 논쟁할 내용이 아니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즉각적이며 명확함으로 가치를 매기는 중이다. MZ의 미래 또한 그들의 책임이다. MZ 이후의 세대는 어떤 세상을 만들까? 시대의 변화는 더 깊이 들여다 보고 더 넓게 생각할 때 비로소 읽힌다. 사람들아, 시대의 변화를 즐겨라.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1년 12월 21일 경상일보 15면 ‘[정연우칼럼]세대의 변화 Trans genera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