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하우스·테크노라는 음악장르가 있다. 세계적으론 엄연히 존재하는 음악의 한 축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마이너리그다. 상업적인 음악인 팝(k-pop)이나 힙합, EDM, 심지어 트로트보다 인기가 없어 대접받지 못하는 음악이다.
지지난 주말 에어하우스라는 음악행사에 다녀왔다. 자그마치 강원도 춘천 교외 산속에서 금요일 2시부터 일요일 2시까지 열린, 48시간 논스톱무대다. 뮤지션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하고, 관객들은 자유롭게 좋아하는 무대를 찾거나 쉬고, 음식도 사 먹는다. 흡사 놀이공원이다.
여느 음악축제와 다른 점은 비주류 장르 즉, 하우스·테크노 음악에 한정된 데 있다. 수년 전 처음 열렸고, 서울서 멀리 떨어진 장소다. 상업성 ‘0’이라 기업협찬이나 단체지원도 없고, SNS나 유튜버들의 관심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알아주지 않아도, 돈이 안되어도 고집스레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잉하는 디제이들이 숲속 공간에 자리를 튼 ‘우리만의 소소한 축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3년만에 열린 올해, 뜻밖의 대박이 터졌다. 엔데믹의 일시적 영향인지, 하우스·테크노 마니아가 늘었는지 모르지만 인원이 폭발한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지인이야기로, 수천장 티켓이 온라인 발매 1시간만에 매진됐다. 뒤이어 수많은 추가 판매요청에 캠핑공간, 카라반 수십대와 인근 리조트 호텔까지 급히 섭외했단다. 눈물이 났다고 한다. 외롭게 지켜온 행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게 될 줄 몰랐다는. 실제 현장에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춤과 음악을 즐겼다. 자신만의 패션센스와 파티룩을 뽐내는 세상 힙쟁이들도 죄다 모였던 것 같다.
필자의 한국주재 유럽 나라 외교관 친구들도 왔대서 어찌 알았냐 물었다. 코리아 유일의 야외 하우스·테크노 파티를 모르는 얼간이 같냔다. 나 원참. 온갖 직업, 남녀노소, 세계 각국까지 수천명이 숲속에서 햇빛과 달빛과 별빛과 바람과 음악을 맞으며 즐거운 춤을 추는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웠고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수년전부터 디제이를 배웠다. 어설프지만 하우스음악 위주로 라운지나 클럽, 여러 행사에서 플레잉도 한다. 프로페서제이(Professor J)라는 디제이명도 있다. 음악으로 생면부지의 사람을 금세 반응하고 춤추게 하는 인터렉션은 디제이만의 묘한 매력이다.
웃픈 에피소드 하나. 한 제자가 필자의 디제잉을 학교에서 하면 안되는 ‘불순한 행동’이란 투서로 지적한 일이다. 21세기 변화의 최일선, 대학이란 현장에서 세상을 편견없이 스폰지처럼 흡수할 대학생이 디제잉을 불순하다라… 안타까웠다. 차라리 총장님이나 원로교수님들의 지적이라면 섭섭하지 않았을 텐데. 뭐 괜찮다. 다 지난 일이다.
이야기하고 싶은 아웃사이트는 두가지. 하나는 ‘내가 좋고, 옳다면 세상 풍파와 상관말고 꿋꿋하면 된다’다. 그대로 된다. 시류 따라 굽히고 관심 따라 흔들리는 것은 존재감 없다. 연구나 인물, 사업도 잘해봐야 2류고 그냥 아류다. 신념으로 내 주제를 이어간다면 핫이슈가 아닌 연구나 인물, 주목받지 못하는 사업이라도 결국 빛을 발하게 된다. 일요일 오후 2시. 에어하우스 48시간 논스톱플레잉의 최종 디제이 ‘라디오레볼루션’이 앤딩 곡을 끝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박수쳤다. 코끝이 찡했다.
영화같은 기적. 상업성 부족으로 늘 어려웠던 축제는 올해의 대박으로 내년부턴 더 자신있는 모습을 띨 것이다. 결국 세상이 알고 인정해준다. 까메오같은 정보 하나, 이효리 남편으로 유명한 상순씨도 테크노뮤직을 사랑하는 에어하우스의 오랜 디제이다. 아무튼 신념을 갖자.
말하고 싶은 두번째는, ‘거지 같은 편견은 제발 내다 버려라’다. 아는 만큼 보인다. 부족한 지식으로 상대를 공격할 때, 근거삼는 잣대가 편견이다. 세상 고구마 생산자(나이와 상관 없음. 젊은이도 많다.) 꼰대들의 필수템이다. 인공지능과 아바타, 메타버스, 자율주행과 로봇을 다루면서 19세기 컬쳐 클리셰(Culture Cliche)에 머무른 당신. 21세기로 제발 Back to the Future 하시라. 2022년이다.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2년 6월 21일 경상일보 15면 ‘[정연우칼럼 아웃사이트(6)]신념과 편견, 가질 것과 버릴 것’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