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7일 미국이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한 번 더 밟았다. 기자들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했다. 파월은 고용시장 호조를 내세워 경기침체를 부정했으나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속으로 인플레이션 통제에 성공할 것으로 믿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자이언트스텝보다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 했고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 위협을 경고했다. 금년(3.6%→3.2%)과 내년(3.6%→2.9%) 글로벌 성장률 전망을 모두 낮춰 제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 차질 장기화, 긴축적인 금융여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같은 위험 요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은 높아졌으나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향됐다. IMF는 금년 선진국과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전망(5.7%→6.6%, 8.7%→9.5%)을 올렸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에서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았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한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은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우리나라 중·단기 국고채 금리에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거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대 인플레이션이 미국에 동조화하기에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학에서 기대가 그대로 반영되는 대표적 사례가 ‘물가’임은 1920년대 이미 간파됐다. 당시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명목 이자율이 실질 이자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피셔효과라고 한다. 통화당국이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줄여야 한다.
기대는 여러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7월15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인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향후 6개월에 걸쳐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기대 전망을 조정하면서 돈을 아껴 쓰기 위해 이례적으로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합한 종합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7.5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위축을 뜻하는 50이하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공포를 떠올렸다. 국제기구나 중앙은행의 보고서는 시장보다 늦고 뒷북이라고 투덜대는 사람도 많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여전히 최고인 가운데 물가가 언제 둔화될지 불확실하다. 단기는 모르나 투자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를 보자.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포워드 BE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 Fed의 긴축 기조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더 낮은 수준에서 종료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한다는 의미다. 연말 미국 기준 금리를 3.5%로 예상하며 채권 시장은 미국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금리 인하시기를 저울질한다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일까. 7월 미국 주가는 시원하게 올랐다.
<본 칼럼은 2022년 8월 2일 아시아경제 22면 ‘[논단] 기대는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다’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