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은 일론 머스크는 가십 만들기 선수다. 그는 2013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기회로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탁구를 즐겼다. 그들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인 머스크의 좌충우돌하는 성격과 터무니없는 주가를 이유로 테슬라 주식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애플 주식을 늦게 산 것을 후회한 버핏은 지금도 같은 생각을 견지할까? 2013년은 그의 전기자동차 모델S가 도로 장애물에 충돌했을 때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은 7000개 이상의 개별 셀로 구성된 전기차 배터리가 감전과 화재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었다고 했다.
5년 뒤인 2018년 3월 머스크는 최대 위기에 빠진다. 모델X가 폭발하며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꼽혔다.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커졌다. 테슬라는 주가가 급락했고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 단계 강등, 부도위험이 큰 ‘정크본드’ 수준이 되었다. 모델3의 생산차질은 심각했고, 유동성 압박이 커 신용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이 되었다. 주식 상장폐지설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최악의 해를 보낸 그에게 2018년은 특별했으리라. 그해 8월 머스크는 코미디언 조 로건의 온라인 팟캐스트 생방송에서 마리화나를 피워 물의를 일으켰다.
2003년 창립 이래 2017년까지 4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회사에 언론은 집중포화를 가했다. 머스크는 비난을 먹고 사는 불사조 같은 존재였을까. 2018년 모델3가 안정적 생산에 성공하며 테슬라는 2019년 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코로나19는 친환경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테슬라에 오히려 호재가 된다. 2021년 2·4분기에는 사상 최초로 분기 순익 10억달러를 돌파한 후 고PER(주가수익비율) 부담을 계속 낮추고 있다. 당대 1위 부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부호 1위가 되었다.
타임지는 그를 2021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무한 화신으로 칭했다. 솔라시티(태양광), 테슬라(친환경 전기자동차), 스페이스X(우주탐험)를 보며 그의 시간관을 생각해 본다. 그의 이름을 딴 ‘일론 타임’이란 말이 있다. 일론 머스크의 시간관념을 풍자한 표현이다. 그가 말한 계획은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니 새겨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를 허풍이 낀 꿈꾸는 몽환가라 칭하면 어떨까. 머스크의 원대한 꿈은 시간이 걸리지만 이루어진다. 태양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우주를 여행한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태양과 우주를 닮은 그이기에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의외로 그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다.
2022년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을 절묘하게 팔아 손실을 최소화한 모습을 보자. 7월 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전기차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둔화된다고 말을 하며 주가 상승을 이끄는 모습을 보자. 그는 지독할 만큼 절묘한 타이밍을 노리는 인물이다. 그는 1주일에 120시간 일하면서 열정의 시간을 보내는 혁신가다. 그의 과장, 현실, 열정의 시간은 ‘더 나은 지구의 설계’란 미래로 향하고 있다.
<본 칼럼은 2022년 8월 5일 파이낸셜뉴스 27면 ‘[fn광장] 일론 머스크의 시간관념과 교훈’ 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