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게이트’라 불리는 사건으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연비를 좋게 만들기 위해 규정치 이상의 유해가스를 배출하도록 하고 테스트 모드에서만 규정치 이내의 유해가스를 배출하도록 차량 컨트롤 프로그램을 조작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근 십여년 동안 전 세계를 기만한 폭스바겐의 은폐와 속임수를 비난하거나, 독일 자동차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덩달아 미국, 일본과 한국 자동차 업계에 기회가 온 것이라며 세계 자동차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고, 기술과 과학 선진국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에서 속임수를 부리는 부정적 이미지로의 독일을 보는 시각의 변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민간기관의 조사 결과를 통해 이 사건이 밝혀진 것을 들어 자동차 산업강국 독일을 손보려는 미국의 책략이라는 음모론도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엔진 기술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음을 지적하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에 기반한 자동차로 미래 운송수단의 중심이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는 산업전망 또한 대세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다음의 시대, 즉 가솔린과 디젤 엔진 자동차가 내리막길로 내려가고 바야흐로 전기차가 중심이 된 미래 환경의 모습, 미래의 운송수단이 무엇이냐다.
우리는 대부분 쉽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냥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일 테니까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넣는 대신, 전기를 충전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특별히 어려울 것도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필자는 일면 간단하기 짝이 없을 것 같은 이 에너지원의 단순변경이 사실은 천지가 개벽할 만큼 엄청난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첫째, 차량을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전기로 일원화된 자동차는 곧 자동주행기능이나 무인차량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각종 센서들을 통해 차량과 보행자는 물론 차량과 차량간의 충돌이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차량처럼 에어백이나 범퍼 등 충돌을 염두에 둔 안전장치들은 부피와 무게만 차지하는 쓸모 없는 부품이 되어 미래 차량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미래의 차량은 보다 가볍고 효율적인 공간을 갖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다. 에어백, 세이프티 빔, 안전벨트, 범퍼 등 기존 형식의 차량 부품을 제조하고 개발하는 비즈니스는 몰락하고 센서나 컨트롤러 중심의 차량 부품산업으로 바뀌게 된다.
그 뿐일까? 대인, 대물 등 물리적 차량사고가 급감함에 따라 자동차 보험 또한 바뀌게 될 것이다. 사고수리 및 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판금, 도장 중심의 자동차 공업사 비즈니스의 몰락과 소프트웨어와 배터리를 취급하고,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바꾸는 새로운 자동차 관리 사업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경량화 없이 효율성 향상이 어려운 전기자동차는 철골과 강판 중심의 차량구조와 소재에서 탈피할 것이고, 이는 주물, 강판 제조, 가공, 공급이나 프레스 중심의 차량 주변산업에도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중심인 도시라면 그 변화가 미칠 영향이 더욱 크다.
에너지 산업은 또 어떠한가? 에너지 기업의 외양이 석유에서 전기로만 바뀌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오산이다. 정유 및 화학 중심의 기업이 전기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은 고사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득권적 요소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시 말해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로 바뀌는 것으로 간단히 끝날 미래가 아니다. 한번 가득 주유에 10만원 안팎의 매출이 발생하는 현재의 주유소 사업에 비교하면 전기차의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몇 천원의 매출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충전속도의 기술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30여분의 충전시간 동안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몇만원의 매출을 일으켜주는 비즈니스가 결합된 충전소+알파 형식의 복합 사업이 생겨날 것이다.
미래의 우리 모습은 가속도가 붙어 점점 더 급격하게 바뀌어갈 것이다. 30년 전의 우리가 스마트폰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10년 후의 자동차는, 10년 후의 산업은 지금과는 완전히 딴 모습일 것이다. 세계 수위의 자동차 제조사와 정유 화학 공업이 함께 있는 도시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변화의 미풍 앞에서 아직 멀었다고 팔짱 끼고 여유 부리다가는 태풍에 날아갈 수가 있다.
정연우 UNIST 교수·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본 칼럼은 2015년 10월 9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 미래의 자동차, 변화의 핵심’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